북한 핵 실험을 기점으로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도 수술대에 오르게 됐다. 정부의 유화책이 결국 핵실험 파국으로 이어졌다는 지적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도 9일 북한 핵실험 강행 후 “한국 정부도 포용정책만을 계속 주장하기는 어려운 문제 아니겠느냐”며 대북정책 수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는 하루 뒤 말을 바꿨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 통외통위에서 “평화번영정책 전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대북 포용정책이 폐기되거나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도 여야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포용정책이 핵실험을 야기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정책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인과관계 여부는 따져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핵실험이 포용정책 때문에 실시된 게 아닌 만큼 현 기조를 급격히 바꾸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대북 포용정책은 김대중 정부의 ‘화해협력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남북 평화공존-실질적인 협력 증대-점진적 통일 추진’의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북측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북한 스스로 개혁ㆍ개방의 길에 나서도록 하겠다는 햇볕정책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난 9년간 햇볕정책으로 일궈낸 성과를 깡그리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기존 정책을 송두리째 바꾸기는 어렵다.
포용정책은 납북자ㆍ국군포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했다. 대북 경제지원과 인도주의 문제를 연계한 실용주의 덕이다. 남북교역액 1조원,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8,000명, 금강산 관광객 100만명 돌파 등 ‘번영정책’의 성과도 컸다.
하지만 핵문제, 군사분야 긴장 완화 등 ‘평화정책’에 문제가 생겨 다른 민간 교류도 영향을 받았다. 또 근본 문제는 북미관계였지 남북관계가 아니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도 일부 정책은 수정할 방침이다. 한명숙 총리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 포용정책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데 실패했고 지금 시점에서 대북정책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석 장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일단 ‘상호주의’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남쪽이 국내외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대북 유화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북쪽도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논리다. 물론 북측이 이를 못마땅해 할 경우 대북 포용정책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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