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한 사전 조사없이 주먹구구식 수요 예측만으로 지어진 공공 시설물들 때문에 거액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건설교통부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문학진,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민자 사업으로 진행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이용객수가 당초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도로는 당초 2001~2005년까지 하루 10만대 이상의 차량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으나 실제로는 5만여대에 그쳤고 지난해 처음으로 6만대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2,000억~2,800여억원으로 예상됐던 연간 수입도 실제로는 연 709억~1,141억원에 불과했다.
민자도로 건설사업은 대부분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재원을 조달해 공사를 한 뒤 양측이 산정한 예상수입에 실제수입이 못 미칠 경우 정부가 부족분의 일부를 채워주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고속도로에서만 5년 동안 매년 767억~1,114억원씩 모두 4,817억원의 국고가 민간업체의 손실보전분으로 빠져 나갔다.
천안-논산고속도로도 이용 차량대수가 2003년 하루 평균 4만4,423대로 점쳐졌고 지난해에는 5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절반수준인 2만여대에 그쳤다. 1,100억~1,300억원대였던 연간 예상수입도 500억~60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3년간 1,180억원의 국고가 민간업체 손실보전 명목으로 지원됐다.
고속철도 광명역사는 더욱 참담한 상황이다. 국고와 철도공단 조달자금으로 건설된 광명역사는 하루 이용객을 2004년 4만6,000여명, 올해 6만5,000여명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004년 5,700여명, 올해 1만1,000여명에 그쳤다. 실제 이용객수가 당초 예상치의 10%대에 불과한, 엄청난 '부실예측'이었던 셈이다.
공항들도 마찬가지다. 항공수요가 늘 것이라는 막연한 예상에 따라 포항, 대구 등 기존 공항이 잇따라 확장공사에 나서고 양양공항 등이 신설됐으나 김포, 김해, 제주공항을 제외한 11개 공항은 매년 수십억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연계노선의 건설지연, 경기침체 등으로 실제 교통량이 예측 교통량과 많은 차이를 보였다"며 "부실 수요예측에 대한 처벌규정을 마련 중이며 다른 보완책들도 구상중인 만큼 앞으로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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