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이 10일 진정세를 보이며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북한 핵실험 강행에 이은 충격파가 시장에 한 두 차례 더 찾아올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힘들다.
증시 반등, 환율 안정
국내 증시는 이날 충격을 딛고 상승 반전하는 데 성공했다. 코스피지수는 8.97포인트(0.68%) 오른 1,328.37로 마쳤고 공황 상태까지 치달았던 코스닥시장도 개인 투매가 진정되면서 15.60포인트(2.89%) 올라 550선을 회복했다.
전일 낙폭의 약 3분의1을 회복한 셈이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규모는 줄었지만 코스피시장에서 900억원 가량 매수우위를 이어갔다.
이날 증시는 외국인의 현ㆍ선물 동시매수로 수급이 호전되면서 기술적 반등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북핵 위기 등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시 단기 급락 후 'V'자형 반등이 있었다는 학습효과가 일조했다.
또 북한이 성공했다고 발표한 핵실험 자체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여러 의문점이 있다는 점이 상황에 대한 지나친 비관을 경계하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우려했던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9일 펀드 환매액은 2조724억원, 설정액은 1조9,702억원으로 순(純)환매 규모는 1,022억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은 약세로 돌아섰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일 대비 4.40원 하락한 959.50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6일 만이다.
전일 환율 폭등을 촉발시켰던 역외세력이 달러 매도로 돌아서며 환율 하락을 유도했고 역내 은행들도 상승폭이 과도했다는 인식으로 달러 되팔기에 나섰다.
엇갈리는 시장대응
북핵 충격은 이쯤에서 일단락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며 당분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하지만 대응방식 등 각론에 있어서는 엇갈린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 있다는 적극적인 주장이 나오는 반면 이번 사안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강하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전략팀장은 "군사적 충돌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것을 전제하면 양호한 국내외 펀더멘털로 볼 때 지금은 주식보유 비중 확대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템플턴자산운용의 마크 모비우스 대표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는 자포자기의 표시"라며 "한국 주식 가격이 싼 만큼 한국시장에서 달아나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습효과에 기댄 나머지 상황인식이 잘못 흐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메릴린치증권 이남우 전무는 "한국은 내성이 생겨 크게 반응하지 않고 있지만 밖에서는 우리 생각보다 더 걱정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이전 북핵 이슈와 경우가 다른 만큼 쉽게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주식 매수에 대해서는 "전날 장기 성격의 뮤추얼펀드를 비롯해 헤지펀드 등이 골고루 주식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 동안 줄곧 비중을 계속 축소해 와 추가로 팔 물량이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도 "과거 경험은 이벤트 리스크로 주가가 폭락할 경우 눈 딱 감고 주식을 사면 먹는다는 것이지만 단기적 흐름상 기회보다는 위험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위험관리에 무게를 둘 것"을 주문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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