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강행을 계기로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한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포용정책이 북의 핵실험을 불렀다는 식의 논리는 비약이지만, 적어도 포용정책이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결국 포용정책 기조의 수정 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우선 포용정책의 현실적 한계가 지적됐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는 10일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의 의사결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에는 역량이 부족했음이 드러났다”며 “우리가 포용정책을 한다고 레버리지(지렛대)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도 “북한을 포용하면서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포용정책의 전제인데 이 전제가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특히 북한이 ‘어떤 경우든 남한은 지원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비협조적이면 대가가 있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북한에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포용정책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공조, 특히 미국과의 공조 기회를 앗아가 버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포용정책에 집착하는 바람에 국제공조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상현 실장도 “국제적 시각에서 본다면 북한은 잘못하는데 우리는 계속 감싸면서 국제사회 신뢰와 북한에 대한 발언권을 모두 잃어버리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했다.
다른 시각에서, 참여정부가 포용정책의 본질을 놓친 게 실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레버리지, 예를 들면 남북간 특사 라인이라든가 최고 지도자간 긴밀하게 의사를 전달하고 조율하는 정책수단이 없어진 것이 문제”라며“포용정책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 위기를 불렀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포용정책의 핵심은 경제지원이 아니라, 남북간 정치적 신뢰에 있는데도 현 정부는 그것을 도외시했다”고 했다.
이런 인식 위에 전문가들은 대북정책의 전면적 또는 부분적 수정을 주문했다. 김태효 교수는 “‘변화에 대해 변화한다’는 상호주의 원칙으로 바꿔야 한다”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비료ㆍ쌀 지원 등을 중단하는 행동으로 확실한 입장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현 실장은 “일시적 남북관계 경색을 각오하면서 북한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정 교수도 “대북 정책 전반의 패러다임을 신중하게 재조정해야 할 국면”이라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할 수 밖에 없으며 경협 등 축소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근식 교수는 “전면적 중단에는 반대하지만 유엔 결의 등을 보며 북 핵실험에 상응하는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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