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한국만을 위해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 진본 예술품만이 갖는 마력으로, 복제품에 길들여진 우리 무딘 눈을 틔운다. 한ㆍ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 24일부터 내년 3월 18일까지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루브르 박물관전 ‘16~19세기 서양 회화 속의 풍경’.
국내 최초의 루브르 소장품 전시회로, 들라크루아 앵그르 제리코 밀레 고야 등 서양 미술사의 대표적 작가 51명이 남긴 작품 70점을 선보이는 초호화 미술전이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 이후 19세기까지 400년간 서양 회화의 흐름을 아우르면서 인간과 자연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종교화 속의 풍경, 고전주의 풍경 등 8개의 소주제로 나뉜 작품들을 통해, 서양 풍경화의 역사를 한 눈에 살핀다.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 화가들의 감수성, 인간과 자연 관계의 변천사를 조망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작 가운데 ‘목욕하고 나오는 다이아나’는 루이 15세가 총애한 수석 궁중화가 프랑수아 부셰의 대표작으로 사냥의 여신 다이아나와 시녀인 님프 칼리스토의 우아한 자태가 고혹적이다. 외젠 들라크루아의 ‘격노한 메데이아’는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식을 죽인 팜므파탈 메데이아의 이야기이며, ‘티볼리의 빌라 데스테의 정원’은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 인용된 카미유 코로의 대표작이다.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타고 있던 군함 메두사호가 좌초하자 뗏목을 급조, 13일간 표류한 생존자의 증언을 듣고 그린 그림이다. 살기 위해 생존자들이 저질렀던 살인, 비열한 행위 등 인간적 죄악을 시각화한 혁명적 작품이다. 윌리엄 터너의 ‘멀리 만이 보이는 강가 풍경’은 현대 추상 회화를 연상시키는 실험적인 작품으로, 생동감 있고 대담한 붓 터치가 돋보인다. 고야가 스페인의 권력자로 자신과 사랑을 나눈 알바 공작 부인의 친척을 그린 그림이 ‘마리 안느 데 발드슈티안 부인의 초상’이며 밀레의 ‘건초 묶는 사람들’은 고단하고 거친 농민의 삶과, 노동하는 인간의 숭고한 모습을 동시에 표현한 역작이다.
이 밖에 제라르의 ‘프시케와 에로스’,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 게인즈버러의 ‘공원의 연인’, 푸생의 ‘성 가족이 있는 풍경’, 레이놀즈의 ‘헤어 도련님’, 샤세리오의 ‘물에서 태어나는 비너스’, 카라치의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 등 걸작도 이번 전시회에서 감상할 수 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그러나 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관계자는 “사실상 ‘모나리자’는 루브르 밖으로 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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