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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종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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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종점 풍경

입력
2006.10.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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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대낮인데 종점 슈퍼마켓 문이 닫혀 있다. 그 가게가 쉬는 걸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사정이 있어 며칠 휴업하나보다 했는데 아주 문을 닫은 것이다. 문에는 굳게 섀시가 내려져 있다.

'특가 세일'이라 적힌 두루마리 화장지와 라면 상자와 세탁비누가 쌓여 있던 가게 앞이 휑하니 비어 있다. 두 개의 커다란 아이스크림 케이스만이 그대로 거리에 나와 있다. 자물쇠 달린 양철 커버를 머리에 뒤집어 쓴 채 벽에 바짝 붙어서.

맞은편에 농수산물 할인 매장이 생긴지 1년이 좀 넘었나? 그 동안 슈퍼마켓 주인 부부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도 비싸지 않았던 물건 값을 더 내리고 새벽 두세 시까지 가게 문을 열고.

그래도 20여 년 얼굴을 익히며 산 단골들이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후덕한 인상의 그 부부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그러나 좀은 당황한 듯, 서러운 듯 손님을 맞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그 슈퍼의 단골이 아니었다. 내가 자주 가는 가게는 우리 집에 좀 더 가까이 있다. 나도 농수산물 할인 매장을 종종 이용한다. 그럴 때면 내 단골 가게 주인이 보따리를 볼 새라 가게 윗길로 멀리 돌아서 집에 온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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