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실험은 40년 가까이 지구상에서 핵무기 확산을 막는데 기여해온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NPT가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 갈등으로 무용론에 시달리는 마당에 북한 핵 실험은 세계가 새로운 핵무장 경쟁에 돌입할 계기를 제공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핵 실험 강행은 NPT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주축으로 한 핵 비확산 시스템의 생존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0일 지적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도 9일 북한 핵 실험에 유감을 표하면서 “국제사회가 지켜온 사실상의 핵 실험 모라토리엄을 약 10년 만에 깨뜨렸다”며 “핵무기 능력을 보유한 국가가 새로 등장함으로써 핵무기 감축으로 향하는 국제적 노력이 명백하게 후퇴하게 됐다”고 말했다.
NPT 위기론과 함께 미국 등 핵 강대국에 휘둘리는 NPT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다시 나오고 있다. ▦비보유국에의 핵 확산 금지 ▦핵보유국은 핵군축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을 중심축으로 한 NPT는 태생적으로 핵보유국과 비보유국간의 불평등 조약이라는 맹점을 지녀 비보유국의 불만이 축적돼왔다.
지난해 7차 NPT 평가회의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미국 등 핵 보유 강대국과 비보유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이란 핵, 북한 핵 등 현안 해결에 실패하는 등 성과 없이 끝나 NPT 무용론만 키웠다.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같은 비가입국이나 탈퇴를 선언한 북한처럼 NPT 체제 밖에서 추진하는 핵무장을 통제할 수단도 없다.
특히 세계 최강의 핵보유국인 미국이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에는 강경 대응을 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개발을 인정하는 이중적 핵 외교를 펼치는 등 NPT 기본정신을 해친다는 비판을 받아 리더십을 잃은 것도 NPT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핵보유국 프랑스의 비핵단체 ‘소르티르 뒤 뉴클레에르’가 9일 “NPT에 모순적인 미국, 프랑스의 핵 정책이 다른 나라들에 핵무기 개발의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며 “프랑스는 북한의 무책임한 핵 실험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때문에 NPT가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지속하는 이란이나 경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핵 의지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마크 피츠패트릭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 연구원이 “전쟁 억지력 확보를 위해 핵무기 보유를 원하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하듯이 중동 지역을 필두로 핵무장을 꿈꾸는 나라들이 생겨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종이 호랑이’나 마찬가지인 현재의 NPT체제만으로 미래의 핵 확산 위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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