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에‘북핵풍(北核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 정가에서 조지 W 부시 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핵 대응 등 안보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은 9일 성명과 방송출연 등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을 강력 비판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규탄은 한 목소리였지만, 북핵 문제의 대응방향과 초점은 확연히 달랐다.
공화당은 대북 강경 대응을 주문하면서 부시 정부에 대한 초당적 지원을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의 핵실험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과 국가안보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북한과의 양자대화와 대북정책조정관 임명 등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양당의 갈라진 목소리에는 중간선거에서‘안보’문제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공화당은 최근 마크 폴리 전 하원의원의 성추문 사건으로 지지도가 떨어지는 위기를 반전시킬 계기로 북핵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관측이다. 폴리 전 의원이 10대의 의회 사환에게 외설적인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적발돼 일파만파의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성추문사건은 공화당의 도덕성 문제로 확산돼 하원 지도부에까지 불똥이 튄 상태다.
북한이 핵실험에 나서기 직전인 6~8일 실시된 뉴욕타임스와 CBS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9%가 공화당 하원 지도부를 불신하고 있으며, 46%는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이 사임해야 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은 이미 9ㆍ11테러 5주년을 기회로 테러리즘에 대한 안보 문제를 이슈화하는 데 성공, 열세를 일부 만회한 경험이 있다.
이를 의식한 듯 공화당 의원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다. 존 뵈너 하원 원내대표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은 7월의 미사일 발사와 함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며 “민주당은 미사일 방어 기술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치 맥코넬 상원의원은 “유엔안보리 회원국들은 위험스런 정권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라크전과 함께 북핵 문제를 부시 대통령의 대표적인 안보정책 실패 사례로 규정하면서 공세를 집중, 국민들의 ‘반(反) 부시’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부시 정부는 이라크 내분에 정신이 팔려 수년간 북한의 점증하는 도전을 부인하거나 중요성을 낮춰보려 해왔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해 새로운 방향을 건의할 고위조정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 케리 상원의원도 “우리의 맹방들과 전략 파트너들을 겨눈 대량살상무기는 부시 대통령의 안보정책의 충격적인 실패를 상징하고 세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표적 대북 협상론자였던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미 정부는 6자회담 틀 속에서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대가로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선거 전문가들은 양당의 주장이 모두 유권자들에게 먹힐 수 있는 요인이 있는 만큼 북핵 문제가 어느 당에 유리한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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