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은 9일 북한이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한 장소를 함북 화대군 무수단리로 추정했다. 무수단리는 북한이 7월 대포동을 발사한 미사일 시험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곳에서 북서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야산에서 핵실험이 이뤄졌다. 정부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360m 높이의 야트막한 야산을 핵실험 장소로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장소로 집중 감시한 곳은 함북 길주군 풍계리 지역. 1,000m 이상의 산악지대인 풍계리 지역은 폐광도 많아 핵실험이 유력한 장소로 지목됐다. 8월에는 미국 ABC방송이 이 곳에서 “의심스러운 차량의 움직임과 지하 핵실험장과 관측장비를 연결하는 데 쓰이는 케이블이 발견됐다”며 핵실험 준비설을 보도했다.
핵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무수단리 야산지역은 풍계리에서 남동쪽으로 약 30㎞떨어진 곳으로 해안에서도 가깝다. 북한이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과 일본의 정찰과 감시를 따돌리기 위해 제3의 장소를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수직갱도에서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도 빗나갔다. 북한은 첫 핵실험 장소로 수평 갱도를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핵무기 전문가들은 방사능 누출과 지반붕괴 문제로 북한이 수백m의 수직갱도를 파고 핵무기를 터뜨리는 방식으로 실험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량살상무기 전문가인 신성택 박사는 “수평갱도를 파더라도 방사능 누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정 깊이의 수직갱도를 판 뒤 수평으로 수백m를 꺾어 들어가는 방식으로 굴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수평갱도를 택한 이유는 굴착기술의 취약성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수백m의 수직갱도를 파기 위해서는 유전개발보다 더욱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다만 북한은 방사능 누출을 우려해 수평으로 갱도를 굴착한 다음 콘크리트와 토사로 갱도를 막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핵무기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지반붕괴 등이 우려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이 9일 전격적으로 핵실험을 단행한 것을 두고 ‘절묘한 택일’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초 D_데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한 지 9돌이 되는 8일이나 노동당 창건 61돌이 되는 10일일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양대 경축일 사이에 낀 9일을 선택한 것은 축제 분위기에 맞춰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고 풀이되고 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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