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연휴를 즐기고 9일 일상으로 돌아온 시민들은 오전부터 터진 북한 핵실험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듯 하루종일 긴급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이러다 전쟁이 나는 게 아니냐”며 최악의 사태를 우려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생필품 사재기 등의 성급한 행동은 자제했다. 대신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직장인 김준현(35)씨는 “점심 때 식당의 온 테이블이 핵실험 얘기였다”며 “한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만만치 않은 만큼 이번 일이 전쟁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혹시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물 라면 등의 생필품은 퇴근 후 조금 구입해둬야 겠다”고 했다.
2002년 탈북한 주성일(25ㆍ연세대 정외과 4년)씨는 “미국의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새터민(탈북 주민)이 많다”며 “핵실험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정부가 대북 지원을 했는데 앞으로 상황이 더 꼬일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권모씨는 “핵실험 전부터 소식이 꾸준히 알려져 사재기와 같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전했다. 마트를 찾은 주부 남지연(38)씨는 “핵실험이 설마 전쟁으로 이어지겠느냐”면서 “사재기는 하지 않겠지만 앞으로 치솟을지도 모르는 물가 때문에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인터넷 게시판에도 사태의 파장을 우려하는 동시에 정부의 대북 정책과 첩보수집 능력을 꼬집는 글이 끊임없이 올랐다. ID‘allegro’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직전까지 정부와 여당은 ‘아직 핵실험 징후가 없다’고 발표했다”며 “그 동안 정부가 한 일이 도대체 뭐냐”고 반문했다. ID ‘종원’은 “주가 폭락 등 외환위기가 재연될 조짐”이라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도 이날만큼은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북한과 정부를 모두 비판했다. 하지만 해법에 있어선 ‘평화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진보)’과 ‘햇볕정책 포기(보수)’로 엇갈렸다.
보수단체인 뉴라이트전국연합 제성호 대변인은 “대북포용 정책의 총체적 실패”라며 “낭만적인 대북관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안보리 결의가 나오면 정부도 적극 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참여연대 박정은 평화군축팀장은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과 안일하게 대처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한국 정부는 핵실험에 대한 반작용으로서만 대북 제재에 대처해서는 곤란하며 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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