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기조가 최대 위기에 빠지게 됐다. 이번 핵실험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메가톤급 사태인 만큼 정부로서는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동시에 북핵 문제를 풀기위한 외교정책 방향 역시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선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대북 압박보다는 6자회담 등을 통한 외교적 해결에 주력해온 우리 정부의 정책 방향이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
물론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라는 큰 원칙에는 일단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향후 거세질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 및 제재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우리 정부의 기조를 고수하기가 쉽지 않게 된 것은 분명하다. 또한 9ㆍ14 한미 정상회담 이후 추진해온 ‘포괄적 접근방안’도 좌절 위기에 빠졌다. 우리 정부로서는 진퇴양난의 국면을 맞은 셈이다.
당장 정부는 미국 중심으로 유엔을 통해 전개될 대북 제재 흐름에 동참할지 여부부터 결정해야 하는 난감한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군사행동까지 갈 수 있도록 규정한 유엔 헌장 제7장을 원용해 새로운 유엔 안보리결의안 채택을 추진할 것임을 공언한 상황이다. 북 미사일 발사 당시 중국과 함께 7장 원용에 반대했던 우리 정부가 핵실험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서 이번에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북교류 역시 기로에 설수 밖에 없다. 2000년 6ㆍ15 공동선언 이후 화해와 협력 기조를 유지해 온 대북화해 정책이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당장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숱한 돌발상황에도 비교적 흔들림 없이 추진되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우선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대화 보다는 제재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점이 1차적으로 정부의 남북교류 정책을 옥죄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 대북 여론의 급격한 악화도 남북교류 정책 기조를 흔들 가능성이 많다.
일단 정부는 그간의 남북교류 기조를 180도 바꾸지는 않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도 9일 “단호하고 냉철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국내적 협의과정과 국제사회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조율된 조치를 취해나갈 예정”이라고 신중하게 말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상황을 검토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의 즉각적인 중단은 아니며, 유엔 안보리 결의 등 흐름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개성공단이 남북관계에서 갖는 상징성이나 중대성을 감안해 급작스런 변화보단 안팎의 정세를 감안해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압박과 더불어, 유엔에서 민간 상거래까지 영향을 미치는 높은 수준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나오면 정부로서도 비켜갈 명분이 없다. 결국 정부는 안팎의 제재 흐름 강도와 남북관계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다는 양론 사이에서 적절한 정책적 변곡점을 찾아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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