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한글날 특집방송을 한 방송사들. 하지만 이들이 제대로 한글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한글문화연대(대표 김영명 한림대 교수)는 9월 25일을 기준으로 방송 중인 KBS1, 2와 MBC, SBS, EBS, YTN 등 6개 채널 412개 프로그램의 외국어 사용 실태를 조사해 최근 발표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방송사들의 한글 사랑은 다소 멋쩍은 수준이다. 프로그램 제목의 경우, ‘경제 포커스’(KBS1) ‘부부 클리닉’(KBS2) ‘로그인 싱싱 뉴스’(MBC) ‘웰빙 맛 사냥’(SBS)처럼 외래어를 포함한 제목을 가진 프로그램이 246개로 전체의 59.7%에 달했다. ‘해피 투게더 프렌즈’(KBS2) ‘레인보우 로망스’(MBC) ‘사이언스 매거진 N’(EBS) 등 순수 외국어로 된 프로그램은 123개로 29.9%나 됐다.
조사자인 김형배 학술위원은“국립국어원에서 발간한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표제어 가운데 순수 서양 외래어는 5.4%, 서양 외래어가 섞인 말까지 합하면 9.2%에 불과하다”며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을 비판했다.
프로그램 분야별로 보면 뉴스, 교양ㆍ오락, 드라마 순으로 외국어가 많이 쓰였다. 뉴스에서 상대적으로 빈도가 높게 나타난 것은 스포츠 뉴스에서 외국어가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대본 없이 진행되는 교양ㆍ오락 프로그램에서 외국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층 다이내믹해진 동안클럽”(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MBC ‘행복주식회사’) “우리 생각, 너희 생각, 에브리바디 똑같아”(SBS ‘웃찾사’) 등 오락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노골적인 외국어 남용은 시청자들에게 웃음보다는 짜증과 불쾌감을 줄 정도라는 분석이다.
‘TV’ ‘HD’ 등 한글로 대체하기 어려운 단어가 제목으로 사용된 경우까지 포함한 것이긴 하지만 이번 조사결과는 TV 방송이 우리말 지키기 보다는 외국어 사용을 부추기는데 앞장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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