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소식은 국내 증시를 일대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지난 주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밝혔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분한 편이었으나, 이날 '설마' 하던 일이 전격적으로 벌어지자 상황은 급반전했다.
21조원 허공으로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가 2.41%, 코스닥지수는 8.21% 급락하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총 21조원이 넘는 돈이 허공으로 증발했다. 특히 수급기반이 취약한 코스닥시장은 개인의 투매 행렬로 거의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날 코스닥지수 하락률은 1월 23일(9.62%)에 이어 연중 두번째로, 하락 종목수로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코스닥 전 종목의 97%에 육박하는 923개가 하락했고 무려 287개가 하한가까지 추락했다. 하한가 종목수는 역대 8위다. 유가증권시장의 하락종목수도 2002년 6월 26일 이후 가장 많았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선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올들어 여섯번째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 효력 정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개인 투자자들의 동요가 극심했던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이 6,000억대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낙폭을 주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이 4,700억원대와 1,300억원대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들은 장중 첫 핵실험 감지소식이 나오기 전 500억원대에 그치던 순매수 규모를 장중 대거 확대했다.
당분간 약세 불가피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약세국면이 불가피하고 지수는 1,200대 중ㆍ후반까지 밀릴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 정영완 투자정보파트장은 "미국의 대응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당분간 시장을 짓누를 전망"이라며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보다는 일단 심리적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돌출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 파트장은 "과거 경험상 북핵 이벤트 발생 후 대략 7% 내외의 급락세를 보인 점을 감안하면 코스피가 1,250선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쓸 때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하지만 현 증시의 근본적인 상승 추세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이사는 "군사적 충돌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중ㆍ장기적으로 증시의 상승추세를 바꿀 만큼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1,280~1,300선을 바닥으로 10월 한달간은 조정을 보일 것이나 북핵 문제는 기본 경제 및 기업 펀더멘털에는 영향이 없기 때문에 11월부터 시장은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분석부장도 "심리나 수급 차원의 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하더라도 근본적인 펀더멘털 훼손까지는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글로벌 경기가 연착륙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기업실적도 호전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고비를 넘기면 증시가 다시 상승 추세로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들어 국내 증시에서 기록적인 순매도 행진을 이어온 외국인들도 아직까지는 비관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신증권 양경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은 이날 선물로 헤지(위험회피)를 하면서 현물을 사들였다"며 "이는 시장이 망가지는 극단적인 상황을 예상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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