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교과서 등에 널리 쓰이는한글 명조체는 일본에서 만든 글꼴입니다. 올해가 광복 61돌 이라지만 한글 글꼴의 독립은 여전히 멀었어요. 부끄러운 일이지요.”세종대왕기념사업회 산하 한국글꼴개발원 박종국(70) 원장은 한글날(10월9일)이 다가오면 한숨부터 나온다.
그는 8일“영어 글꼴은 2만개가 넘는데 한글은 고작 1,000개정도”라며“이마저도 우리 글꼴 디자인은 부족한 점이 많아 일본의 글꼴을 아무 생각 없이 우리 것처럼 베껴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속상해 했다.
한국글꼴개발원이1993년부터 매년 9월‘한글글꼴공모전’을 여는 것도 많은 이들이 한글 글꼴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박원장은“560년 전 한글을창제(1446)하고, 세계최초로 금속활자(직지심경^1377)를 만든 우리 선조의 우수함을 이어가기 위한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4회 공모전에는 106편의 한글글꼴 작품이 출품됐다. 한글자 한글자를 정성스레 손으로 그려 쓰고 컴퓨터로 보완한 글꼴들이다. 작품의 수와 질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고 눈에 확띄는 작품도 드물었다. 하지만 1회공모전부터 심사를 맡아 온박병천 경인교대 교수는“대회 참가자가 서체 개발업체 전문직원 중심에서 서예가나 디자인 전공 대학생 등 보다 넓은 층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최우수상(왼쪽 사진)을 차지한 서예가 김용환(41)씨는“고딕체 명조체 등의 딱딱한 기존 글꼴이 아닌 예술적인 서체가 일상생활에 스며들게 하고 한글 생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출품했다”고 말했다. 우수상을 받은 이병규(55) 씨는“한글을 좀더 아름답고 세련되게 만드는 일에 남은 생을 바칠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들 글꼴이 모두 상용화하는건 아니다. 상업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 받은뒤서체 개발 전문업체의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디지털 글꼴로 거듭난다. 개발된 서체는 인터넷(웹글꼴) 휴대폰(모바일글꼴) 등에 활용된다.
이는 이론일 뿐 현실은 녹록치 않다. 한국글꼴개발원 관계자는“국내에서 개발된 글꼴을 쉽게 찾아보고살수있도록 하는 통합관리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아 어렵사리 개발된 서체들이 빛을 보기도 전에 사라지는 실정”이라고 했다.
한글 글꼴 개발의 필요성을 지적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정희원 대경대 교수는“서양은 50년 전에 자동차도 로의 전용서체, 지하철서체 등 다양한 글꼴을 개발해 관광자원으로까지 활용 하고 있다”며 한글 글꼴의 독립을 역설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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