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인 물리학자 레온 레더만은 책 제목을 <신의 입자> (The God Particle·도서출판 에드텍)라고 지은 이유에 대해 “원래는 <빌어먹을 입자> (Goddamn Particle)라고 하고 싶었으나 출판사 발행인이 말렸다”고 말했다. 이는 뼈 있는 농담이다. 빌어먹을> 신의>
여기서 신의 입자란 힉스 입자라고도 불리는, 중력의 매개입자다. 레더만의 농담은 4가지 힘 중 유일하게 중력의 경우만 매개입자가 실험적으로 발견되지 않아 물리학자들의 골머리를 썩게 만들고 있음을 빗댄 것이다.
힉스가 정체를 드러내면 4가지 힘을 통합하는 대통일이론으로 가는 가닥을 잡아, 드디어 우리 우주가 왜 이런 모습으로 생성되었는지 단초를 알아낼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힉스는 정말 ‘신의 입자’이기도 한 것이다.
주인공 힉스는 책의 5분의 4가 지나서야 나온다. 그 전에 레더만은 궁극적 입자 ‘원자’를 찾아 인류가 걸어온 지난 2,500년의 역사를 펼쳐보인다.
원자 개념을 처음 제시한 고대 데모크리투스부터, 역학을 완성한 코페르니쿠스·갈릴레오·뉴턴, 분자 개념의 가교를 세운 돌턴과 라부아지에, 전자기역학을 정립한 패러데이와 맥스웰, 원자핵 내부를 보기 시작한 큐리·러더퍼드·보어, 더 하위 입자를 밝혀낸 페르미·겔만·파인만, 힘들을 통합하려 한 아인슈타인·글래쇼·와인버그 등은 원자를 찾아 한 발자국씩 또는 멀리뛰기로 전진했다.
이들은 자연철학자, 천문학자, 전기공학자, 핵물리학자, 입자물리학자 등으로 변신했으나 늘 “궁극의 입자와 힘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좇아왔다. 이 책은 곧 ‘궁극의 입자-원자’에 대한 책이다.
고대의 자연철학자와 첨단 장비를 활용하는 현대 물리학자를 한 자리에 만나게 하는 발상은 어떤 대하소설이나 교향곡보다 호쾌하고 장엄하다. 궁극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인류의 집념이 2,500년간 도도히 이어져 왔다고 생각해 보라!
많은 유명한 과학 교양서들이 이론가들에 의해 저술된 것과 달리 레더만은 실험 물리학자다. 그래서 우주의 진실을 밝혀내는 실험 데이터를 받아 든 새벽녘, 실험가가 느끼는 그 걷잡을 수 없는 흥분을 엿볼 수 있다. 출발점은 자신과 같았으되 실험장치를 개선한 동료가 획기적 발견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뒤에는 “눈부신 발견에 즐거움, 시샘과 살인적 증오가 살짝 섞인 즐거움이 넘쳤다”는 고백도 들린다.
이론 물리학자를 놀리는 농담은 잊을만하면 나온다. 책 서두에 이론 물리학자를 ‘실험을 하지 않는 물리학자’라고 소개했고, 실험가들은 밤새 기름때를 묻히고 일하는 반면 이론가들은 낮잠을 못자면 병원으로 달려가 불면증을 호소한다고 비꼬았다. 물론 유머를 즐기는 레더만의 독특한 화법이다.
레더만은 1960년대 초 중성미자가 두 종류 이상임을 확인한 실험으로 8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과학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 영재학교인 일리노이수학과학학교(IMSA) 설립을 주도했고 이 곳 상임 교수로 청소년들과 함께 노년을 보내고 있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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