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의 충격이 주식ㆍ외환 등 금융시장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을 흔들고 있다.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불안을 고조되면서 한국 경제의 근간인 안보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나빠질지는 전적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강도와 이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다면 우리 경제는 예측불허의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이날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동요하면서 거의 ‘아노미’ 상태에 빠졌다. 코스피시장은 32.60포인트 급락한 1,319.40로 마감했다. 미국 등의 제재수위에 따라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외환시장 역시 달러 수요가 급증하면서 14.8원 폭등한 963.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 상승폭은 1년10개월만에 최고치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북한과 미국의 긴장국면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연내 1,000원선에 올라서면서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역시 당장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더라도 오름세가 한풀 꺾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금융시장 쇼크나 부동산시장 위축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북한 핵실험은 종전의 한반도 긴장고조 사례와는 질적으로 다른 사안이기 때문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사안은 한국경제 존립에 관한 글로벌 이슈”라고 진단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앞으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로는 타협, 미국의 강력한 제재, 북한과의 무력분쟁 등을 예상할 수 있는데, 우선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까지 충격을 주면서 우리 경제가 하강 국면으로 빠르게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들의 불안심리가 고조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인들의 국내 투자도 미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직접투자도 감소하거나 본국으로 회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령 타협으로 마무리되더라도 타협에 이르는 지루한 과정과 시간을 고려하면 북한 핵실험 자체만으로 실물경제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달 내로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올해 5% 성장률이나 내년 4% 중반의 성장률 달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력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국내 자본의 해외이탈 등 한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물론 극적으로 타결이 된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한국 경제의 흥망이 미국과 북한의 손에 달린 셈”이라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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