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이 끝났다. 추석 민심은 ‘국민적 소일거리’가 되어버린 ‘노무현 대통령 씹기’였을 것이 뻔하다. 이밖에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때문에 심화되는 서민들의 어려움, 특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풍전등화에 놓일 농촌의 생존 문제, 차기 대선 후보 비교, 북한 핵실험, 그리고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 테러로까지 발전한 이념 대립 등이 메뉴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번 테러를 생각하며 연휴를 우울하게 지냈다. 지난 주(10월 2일자)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위험수위를 넘어선 이념 갈등으로 해방정국 같은 테러의 악순환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지난 칼럼에서 다루지 못한 ‘또 다른 테러’에 대해 걱정했다.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방회장 테러에 대해서는 여야, 진보와 보수가 한 목소리로 규탄을 했다. 그러나 또 다른 테러는 언론의 무시로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현 정부의 ‘국가테러’이다.
●계속되는 테러, 우울한 추석 연휴
그 예는 끝이 없지만 몇 가지만 보자. 우선 지난 7월 시위 도중 사망한 하중근 열사 사건이다. 건설노동자인 하씨는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관련 시위에 나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민간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하씨는 경찰 방패에 찍혀 넘어졌고 진격해 온 경찰 무리 속에서 둔탁한 물체에 의해 후두부를 가격당해 숨졌다는 것이다. 국가테러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이다.
두 명의 농민들이 시위 중에 경찰에 의해 사망함으로써 경찰청장이 옷을 벗은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비슷한 사건이 터졌지만 언론들은 이번 사건을 거의 무시해 버렸다.
그 결과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이 방송사 앞에서 시위까지 벌였다. 미군기지를 짓는다고 대대로 살아온 농민들의 삶의 터전인 논을 갈아엎더니 얼마 전에는 90여 채의 주택들을 빈 집이라며 강제 철거한 평택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땅을 지키려는 순박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이 같은 공권력 행사가 테러가 아니고 무엇으로 비쳐지겠는가?
직접적 테러만이 아니다. 폭력과 평화 문제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인 요한 갈퉁은 직접적 폭력 이상으로 무서운 것은 억압, 착취, 차별과 같은 구조적 폭력, 구조적 테러라고 했다.
이 예 역시 끝이 없다. 그러나 눈에 띄는 것은 ‘KTX의 꽃’이라던 여승무원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정부의 구조적, 직접적 폭력이다. 이들은 “지상의 스튜어디스”라는 대대적인 선전을 믿고 엄청난 경쟁을 뚫고 취직을 했다.
그러나 자신들이 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라 외주위탁된 철도유통공사의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알고 200일 이상 처절한 파업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억울한 사연을 전하기 위해 우아한 여승무원 복장 위에 쇠사슬을 감고 국회로 향했다. 그러나 이마저 경찰의 폭력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또 노동부는 이들에 대한 편법적인 고용이 “100% 합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합법”이라는 엉뚱한 판결로 이들의 가슴에 테러를 했다. 날로 심각해지는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게 위해 정부가 솔선수범해 2008년까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약속을 스스로 깨버린 것이다.
●증오 부추기며 자기반성 없어
정부는 여야 합의로 제정한 법에 의해 지난날의 국가테러에 대해 청산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도 국가테러는 계속되고 있다. 긴 연휴를 우울하게 만들긴, 피해자인 조선일보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 테러가 이념 갈등 속에서 정권과 외곽단체들이 자신들을 억압하고 공격한 결과라며 정권 탓을 할 뿐, 광주학살을 폭도로 모는가 하면 툭하면 색깔론으로 증오의 정치를 부추기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상의 테러를 가해온 자신에 대한 자기반성이 없었다. 게다가 북한의 핵실험 선언까지 겹쳐, 이래저래 우울한 추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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