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이후 경기둔화 전망이 대세를 이루면서 주식시장 등에서 빠져 나온 자금들이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은행권 금전신탁과 투신 단기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또 은행들은 몰려드는 자금을 바탕으로 지난달부터 다시 주택담보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이 한국은행 및 자산운용협회의 3분기 자금동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식투자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은 3분기 503억 감소한 반면 은행은 금전신탁에서만 4조8,700억원 증가했다.
특정금전신탁은 고금리에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며 투자처를 고객이 고를 수 있는 장점 때문에 9월말 현재 수탁 잔액이 7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올 들어 5월까지 증가율이 월평균 1조2,000억원에 그쳤으나, 6월부터 지난달 27일까지는 월 평균 2조5,000억원이 증가해 종전보다 2배 이상 수탁액이 늘었다.
증권사의 특정금전신탁도 5월까지 월 평균 5,0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으나 6월 이후에는 종전보다 4배 가까운 월 평균 1조9,0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9월말 현재 특정금전신탁의 수익률(콜특정금전신탁 기준)은 연 4.27∼4.40%로 종금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연 4.20∼4.25%, 확정금리 상품인 은행 수시입출식예금(MMDA)의 연 3.20∼4.20% 보다 높으며, 연 4.39% 내외의 수익률을 보이는 머니마켓펀드(MMF)와 비슷한 수준이다
주식시장 직접투자 자금들은 투신권의 3개월 내외 단기 간접투자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3분기 투신권의 주식형 및 채권혼합형 펀드 규모는 무려 5조4,000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대투운용의 한 채권혼합형펀드의 경우 8월말 판매를 개시한 이후 매일 1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려 급기야 한달여만에 판매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한편 3분기 동안 예금, CD, 금전신탁부분에서만 8조5,890억원의 자금이 몰려든 은행들은 이를 바탕으로 9월 들어 다시 주택담보대출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9월말 현재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대형 시중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37조2,300억원으로 한달 증가액이 1조7,000억원을 넘어선 것. 은행간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정점에 달했던 4월과 5월의 증가액인 2조7,000억원대에는 아직 미치지 않지만 8월 증가액 보다는 2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연말 결산을 앞두고 있는 은행들이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이 9월 한달간 5,800억원이 늘어 4개 은행 가운데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국민은행도 지난달보다 4,928억원이 증가했으며 우리은행은 4,073억원, 하나은행은 2,749억원이 각각 늘었다.
은행 관계자는 “7월 이후 금융당국의 창구지도에 따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이고 중소기업 대출로 돌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 여파로 7ㆍ8월 연속해 연체율이 늘어나자 다시 주택담보대출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최근 전세값 급등과 맞물려 또 다시 부동산 시장 불안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