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9일 서울에 돌아온다. 정치인이 아닌 노동자로 전국을 돌아다닌지 102일 만이다. 그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더 이상 세 몰이나 패거리정치로 민심과 멀어져선 안 된다”며 지사직 퇴임과 함께 ‘100일 민심대장정’에 올랐었다.
100일을 보내면서 그는 텁수룩한 수염에다 다듬지 않은 머리, 배낭을 둘러맨 작업복 차림 등 영락없는 인부의 모습으로 변했다. 세계를 누비던 경기지사의 모습은 간 곳 없다. 처음에는 ‘정치 쇼’라고 비아냥대던 사람들도 지칠 줄 모르는 강행군에 그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 1%대에 머물던 지지율도 5%에 근접할 정도로 상승했다.
그는 첫 체험지인 전남 장성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몇가지 원칙을 세웠다. 대중교통만 이용할 것, 마을회관, 민가 등에서만 숙식할 것, 방문지마다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록할 것 등이다. 그가 이동한 거리는 총 1만2,000㎞다. 수원에서 출발, 남으로는 제주 마라도, 동으로는 독도까지 다녀왔다.
총 154개 마을을 돌며 현지인들과 땀을 흘렸다. 농민으로 어민으로 광부로 상인으로 운전사로, 모두 93개 직종의 노동을 체험했다. 반신반의하던 현지인들은 그가 진정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속에 있는 얘기를 털어놓았다. 농ㆍ어민, 샐러리맨, 학생, 주부, 군인 등 각계각층과 나눈 대화는 수첩 9권에 가득 적혀있다.
손 전 지사는 가는 곳마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대장정이 50일을 넘기면서 곳곳에서 동참의사를 밝혀오고 격려의 글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 등 의원 30여명이 대장정에 힘을 보탰고, 외부인사로는 김진홍 뉴라이트 전국연합 상임의장과 시인 김지하씨, 방송인 조영남 윤석화씨도 함께 했다.
그는 “국민은 오늘 고생하는 건 아무것도 아닌데 내일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하고 있다”며 “국민생활은 돌보지 않은 그릇된 정치에서 고달픈 민심이 비롯됐다”고 100일의 경험을 정리했다.
손 전 지사는 서울로 올라와 10일 국립묘지를 참배한 뒤 민심수첩에 기록된 내용을 갖고 각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관련 정책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아직도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한참 쳐지고 있다. 손 전 지사는 “국민은 정계개편이나 2강이네 3강이네 하는 정치구도에 관심도 없다”며 “국민생활을 어떻게 하면 좋게 해주고 잘살게 해주느냐가 정치의 중심과제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히 생활정치로 대선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뜻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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