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오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난다. 지난해 11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의 어색한 만남 이후 거의 1년 만의 정상회담이다.
정상 사이 감정의 골이 양국 관계 전반에 미쳤던 악영향을 되새겨, 이번 회담을 관계 회복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 두 정상이 흉금을 터놓고 대화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북한 핵 문제 등 현안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상회담 성사로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만큼, 두 정상이 관용과 이해의 자세로 나머지 절반을 메우길 기대한다.
우리는 아베 총리의 개인적 성향과 신념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총리 취임 후 그는 국회 답변 등 일련의 발언을 통해 일본 최고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역사인식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진지한 과거사 사죄와 반성을 담은 ‘무라야마 담화’의 계승을 천명했고,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전쟁책임도 시인했다. 개인적 지론과의 거리가 지적되지만, 바람직한 변화를 평가하는 데 인색할 이유가 없다.
군대위안부 동원과 관련한 1993년 ‘관방장관 담화’를 일본 정부 차원에서는 물론, 개인적으로도 받아들인다는 언급은 특히 눈길을 끈다. 고노 요헤이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는 일부 군 조직의 관여를 처음 인정했다. 일본군의 전면적 책임이나 일본 정부의 직접적 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 논의의 표면화 등 군대위안부 문제 전개과정의 이정표가 돼 왔다. 이를 확인한 것은 결코 작지 않은 성의 표시다.
물론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가 여전히 애매하고, 독도 영유권 문제 등도 남아있다. 그러나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장기적 해결을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대화 지속에 무게를 두어 마땅하다. 자유무역협정(FTA)이나 정체 기미를 보이는 민간교류 활성화 등 현실의 협력분야도 국민의 관심 사항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피해자의 도덕적 자신감에서나 가능한 ‘금도(襟度)’을 언급, 일본을 사로잡았다. 노 대통령도 이런 포용력으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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