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북한)은 정말 깡패 국가이다. 반드시 제재해야 한다.” 7일 중국 포털 중화망(中華網)에 올라 있는 북한 핵실험 관련 기사를 읽은 한 중국 네티즌이 남긴 글이다.
전문가 그룹도 비슷하다. 스인홍(時殷弘) 인민대학 교수는 “북한이 핵 실험에 대한 정치적 결정을 이미 다 내려놓고 기술적 준비만 남겨놓고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북한에게 도무지 말이 통할 것 같지 않다는 냉소적 어투다.
●핵실험 선언에 혈맹도 당혹
북한에 짜증을 느끼는 중국 국민의 정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 실험 강행 의사를 밝힌 이후 그 정도가 사뭇 다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7월 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의 설득을 뿌리친 채 강행한 북한 미사일 발사가 중국에 준 충격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크고 도도한 흐름은 지난달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의 방중으로 성사된 미중 경제 전략대화를 음미함으로써 읽어낼 수 있다. 미중 경제 전략대화 성사가 공개되자 미국의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경제학자 도널드 스트라즈하임의 말을 인용, 미국과 중국을 G2(Group2)로 명명했다. 세계 경제를 좌우해온 선진 7개국, 즉 G7(Group7)을 빗댄 말이다. 페섹은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과 미국의 소비와 투자를 필요로 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라며 올 11월 첫 전략대화는 G2를 실체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페섹의 속내는 G7이 G2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는 쪽이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미중 관계를 살펴보면 첨예한 현안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 위안화 평가 절상 등 경제 현안 뿐이고, 과거 단골 메뉴였던 티베트나 인권 문제는 사라진 지 꽤 됐다. 이는 국제정치 영역에서 양국이 충돌할 영역이 줄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은 경제 전략대화 성사를 보면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자부심, 글로벌 리더로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북한 핵실험 선언은 중국에게 글로벌 리더로서의 사고와 혈맹이라는 북중관계의 종전 관행이 충돌하는 골치 아픈 현안이다. 3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 선언이 나온 후 중국 외교부에서 장시간 열띤 대책회의가 진행됐다는 후문은 중국의 이런 스트레스를 반영한다.
●북중관계 최대 고비 맞을 듯
중국의 흐름은 분명히 북중관계라는 특수한 지위의 영역이 축소되는 쪽이다. 왕광야(王光亞) 유엔 주재 중국대사는 4일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6일로 수교 57주년을 맞은 북중관계가 최대 고비를 향해 치닫고 있다는 느낌이다. 잃은 것이 없어 벼랑 끝 싸움을 즐겨온 북한이 이번 도박에서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도무지 짐작이 안 된다.
이영섭ㆍ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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