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활동 중인 현대음악 작곡가 심근수(48ㆍ사진)씨가 최근 국내에서 발표회를 가졌다. 독일 뒤스부르크의 문화센터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심씨는 폐허가 된 공장에서의 무용 공연, 30m 높이 크레인 위에서 펼쳐지는 성악 공연 등 다양한 기획은 물론 동양적 정서가 담긴 독특한 작품 세계로 현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연세대 음대를 졸업하고 1988년 독일로 가 슈투트가르트 음대와 에센 폴크방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심씨는 그동안 관현악곡, 실내악곡, 발레음악 등 100편이 넘는 음악을 작곡했으며,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연간 70~80차례의 연주회를 열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그러나 국내에서 그의 이름이 걸린 연주회가 열린 것은 지난달 22일 서울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가진 작품발표회 ‘이유없는 기쁨’이 처음. 숙명여대 작곡과 홍수연 교수초청으로 귀국한 심씨는 “국내 공연을 통해 나의 존재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발표회에서는 대금, 피리, 해금, 가야금, 거문고를 위한 5중주인 ‘흔적, 요소들(Ⅵ)’이 초연됐고, 실내악곡 ‘이유없는 기쁨’, 음악 퍼포먼스 ‘장소들’, 가야금과 리코더를 위한 2중주 ‘사랑’ 등이 처음 소개됐다. 특히 ‘사랑’은 80분의 긴 연주 시간 가운데 침묵이 절반에 이르는 낯선 작품. 청중들은 새로운 체험에 몸을 뒤척이면서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심씨는 “이 곡을 통해 시간이 없는 공간적 체험과 수동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춘미 교수는 “생각은 많지만 말을 아끼는 듯한 함축적인 이야기 방식이 음악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며 “상당히 흥미롭고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고 평가했다.
7일 독일로 돌아가는 심씨는 그리스, 오스트리아에서도 잇따라 공연을 할 예정이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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