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에 몸담아 본 사람들은 알지만 무대 뒤쪽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처럼 감동을 주는 것은 없다. 서로 다른 성격들이 조합되어 무지개와 같은 일체감을 얻어냈을 때 배우와 스태프들이 감격하여 얼싸안는 소리가 이것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에 확인되는 연대감의 경지란 얼마나 황홀한 것인가?
지난 9월 1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도 그랬다. 1시간 10분간의 공연을 마친 20여 아시아 민족음악인들은 이미 서로에게 타인들이 아니었다. 미얀마, 베트남, 몽골, 필리핀, 라오스, 브루나이 등에서 와 1년 동안의 한국 경험 끝에 직접 기획, 제작한 공연이 무엇보다도 그들 스스로를 감동시킨 것이다.
베트남의 참가자는 우리의 해금이 자기나라의 전통악기인 '단니'를 닮았다고 했다. 악기의 재질이 다르고, 고유의 연주방법이 따로 있다고 해서 어우러지는데 장애가 될 리는 없다.
나는 이 공연이 단지 소리의 집합체를 만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들이 손수 지은 제목 <안녕, korea> 가 말해주듯이 한국에 와서 첫인사로 배운 "안녕"과 마지막으로 남기고 갈 "안녕" 속에 의미심장한 드라마가 내포돼 있잖은가. 안녕,>
우리가 외국인노동자에게 문을 연 지는 15년이 되었다. 올해로 외국인노동자 40만, 결혼이주여성 6만, 이를 포함한 체류외국인이 80만명이고 보면 누구도 이제 다민족ㆍ다문화사회에 진입한 사실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 외국인들은 질적으로도 단순 노동력 제공의 수준을 넘어버렸다.
어느덧 내 친구가 자주 가는 단골집 아줌마로, 고향에서 농사 짓는 죽마고우의 노총각 신세를 구제한 새댁으로,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하나 더 얹어주는 푸근한 이웃으로 자리하고 있으니, 한국 사회와 문화를 소통시키는 구성원의 일부임이 명백한 것이다.
우리 문화관광부가 '아시아 문화동반자' 사업을 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문화ㆍ예술, 관광, 산업, 문화시설 등 27개 기관에 150여 아시아인들이 초청되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을 거주하면서 전문분야의 교류를 시작했고, 첫 해 사업이 이제 마무리 시점에 있다.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고루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인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을텐데, 그들이 "매워"를 연발하면서도 김치를 먹던 모습, 사물놀이 장단에 누구랄 것 없이 흥겨워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지난 여름 수해를 입은 강원도 주민들을 위해 써달라며 하얀 봉투를 내밀던 모습은 특히 그러했다. 이슬람권 참가자들도 템플스테이에 기꺼이 참가하는 등 열린 마음으로 아시아 문화동반자 사업을 받아들여 주었다.
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21세기, 문화의 세기를 헤쳐 가면서 우리가 아시아의 이웃들과 동반자가 되고자 노력했던 흔적은 남을 것이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서 '코리아'라는 말을 접할 때마다 우리의 문화와 도시, 인정과 풍경을 떠올리며 한국의 추억을 이야기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이 동반자들이 가는 길에 온 국민이 뜨거운 갈채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김명곤ㆍ문화관광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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