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주간 파키스탄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앞에서 내년 1월 하지(무슬림 성지순례)를 위한 사우디 행 비자를 요청하면서 시위를 벌여온 수백명의 중국 회교도들이 3일 마침내 비자를 얻었다.
알리 빈 아세리 주 파키스탄 사우디 대사는 이날 중국 당국자들과 협의한 후 “비자를 요구하는 중국인들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대우할 수 밖에 없다”며 사우디 행 비자발급 방침을 밝혔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농성중인 수백명의 중국인 회교도들은 대부분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온 위구르인들이다. 파키스탄 경찰은 이번 시위 참가자들이 많게는 수 천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아세리 대사가 비자 발급 방침을 밝히자 시위자들은 환호했고, 일부 회교도들은 평생의 소원인 하지 참가가 성사된 것에 눈물을 흘렸다.
중국 회교도들이 파키스탄에서 사우디행 비자를 요구하는 것은 중국 주재 사우디 공관에서 비자 받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회교도들은 매년 파키스탄의 사우디 공관까지 찾아와 사우디 행 비자를 요구했는데, 올 5월 중국과 사우디가 제3국에서 중국인들의 사우디 행 비자를 발급해주지 않기로 합의해버려 이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아세리 대사는 이날 “앞으로 중국인들의 사우디 행 비자는 중국 주재 공관에서 처리돼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중국인 회교도들의 비자 발급에 맞춰 중국 국가종교국은 담화를 발표, “중국은 회교도들이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최대한 돕고 있다”며 “그러나 이는 질서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가종교국은 그러나 중국과 사우디의 합의사항을 언급하면서 반드시 중국 정부가 마련한 공식 통로를 통해 순례를 위한 비자발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번 중국 회교도들의 파키스탄행과 시위는 일부 극단주의자에 의해 부추겨졌다고 주장했다. 중국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중심으로 서북부 지역에 2,000만 명 가량의 회교도들이 살고 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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