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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 외국인 며느리 츤스리씨 "태국댁보다 서산댁이 더 좋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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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척 외국인 며느리 츤스리씨 "태국댁보다 서산댁이 더 좋아유"

입력
2006.10.0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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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댁이 더 좋은데 고향이 태국이라고 태국댁이라고 부르네유.”

충남 서산시로 시집온 지 10년 된 태국 출신 누스라 츤스리(36)씨. 말끝을 “이랬어유” “했어유”라며 길게 늘어뜨리는 말투가 영락없는 충청도 아줌마다.

츤스리씨는 인근의 외국인 며느리들 사이에서는 꾀 유명한 인물이다. 집안 문제가 생기면 상담해 주고, 동사무소에 갈 일이 생기면 따라 가 유창한 우리말로 일을 처리해 준다. 인천 수원 등지의 태국인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통역으로 출장을 가기도 한다.

국제결혼 1세대인 그는 남편 주위의 성실한 노총각 6명에게 고향처녀를 소개해 결혼까지 시켰다. 두 살 아래 친동생도 전남 진도군의 농촌총각에게 시집을 보냈다.

활달한 성격으로 항상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역시 남다른 고생으로 많은 눈물을 흘렸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그가 남편 이상용(46)씨를 만난 것은 1996년 12월. 한국교회의 소개로 선을 본 농촌 노총각 이씨의 착해보이는 얼굴에 반했다. 단 2번의 만남 끝에 결혼을 결심한 꿈 많은 26살 태국처녀는 한국에 오면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 달랐다.

시어머니와 결혼하지 않은 남편의 형까지 모시고 곤궁한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난생처음 하는 비닐하우스 농사도 쉽지 않았다.

결혼 이듬해 큰아들 창훈이를 낳고 시아주버니의 결혼으로 가족이 늘자 비좁은 시댁을 나와 월세 10만원짜리 단칸방을 얻어 독립했다.

남편 이씨는 둘째를 임신하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부업으로 옷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씨가 심장판막증과 폐질환으로 쓰러져 그는 남편 대신 농사일을 도맡았다.

우리말이 서툰 자신 때문에 아이들의 말문이 늦게 터진다는 생각에 마음고생도 많이 했다. 답답한 마음에 아이 3명을 모두 데리고 집 근처 평생학습관의 한글교실을 다녔다. 말을 빨리 배우라고 큰 아들은 3세 때 유치원에 보냈다. 그러나 아이들 성적은 최하위권을 맴돌고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

성실하고 착한 그가 고생만 하자 주위 사람들은 서산시 석림초등학교 학교급식실 주방에 취직시켰다. 월급 70만원이 전부지만 그는 실질적인 가장노릇을 하고 있다. 아이들도 점차 한국 아이들과 친해지게 됐다.

그는 이 학교에 다니는 3학년인 아들과 1학년 큰 딸,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와 함께 집을 나설 때가 가장 행복하다.

츤스리씨는 “친정보다 한국이 더 편해질 만큼 적응돼 한국사람이 다됐다”며 “어린이들이 한국의 미래인 만큼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을 위한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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