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미래라는 사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미래라는 사회

입력
2006.10.04 23:52
0 0

책상 위를 정리하다 보니 '항공소포우편물 요금' 표가 있다. 중량과 요금을 대비해 살뜰히 소포를 꾸리려고 우체국에서 받아온 것이다. 불과 20~30g 초과해서 6,000~7,000원이나 요금을 더 무는 게 아까워 그런 것인데, 도움 된 적은 없다.

이렇게 잡동사니 속에 섞여 있었으니 정작 필요할 때 어떻게 찾아볼 수 있었겠는가? 요금표 뒷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전화번호 두 개, 이메일 주소 두 개, '불만을 불행으로 만들지 말 것' '22일 마리안느' '제 눈에 가시가 박힌 사람은 영국 해군의 미래 따위엔 관심이 없는 법 -앙리 미쇼'가 적혀 있다.

위아래를 돌려보니 '12매' 'SK' 그리고 휴대폰 번호가 적혀 있다. 내 글씨다. 널린 게 빈 공책과 백지인데 하필 우편물 요금표 뒷면에 덕지덕지 메모를 했나 모르겠다. 어쩌면 뭐든지 아껴 쓰고자 하는 내 알뜰함의 발로?

어쨌든, '제 눈에 가시가 박힌 사람은 영국 해군의 미래 따위엔 관심이 없는 법'을 보니 그 옛날 '희곡론' 시간이 생각난다. "데모나 학생운동도 다 먹고 살 만한 집 애들이 한다.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한 집 애들은 그럴 여유가 없다." 극작가 윤대성 선생의 말씀이었다.

시인 황인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