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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행복을 키워가는 사람들/ 잠원동사무소 가족자원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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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맞이 행복을 키워가는 사람들/ 잠원동사무소 가족자원봉사단

입력
2006.10.0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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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박 좀 문질러. 그렇게 해서 때가 지겠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제2경로당. 10원짜리 민화투를 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무료함만 가득하던 이곳에 웬일인지 사람들 목소리가 왁자하게 울린다. 빗자루를 든 동장, 고무장갑을 낀 팀장, 쓰레기봉투를 잡은 주임…. 남편 부인 자녀들과 함께 ‘영차 영차’ 힘을 쓴다. 매주 토요일 가족과 함께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는 서초구 잠원동사무소 가족자원봉사단이다.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 반가우면서도 이들이 궂은 일을 하는 것이 미안해 연신 “그만 됐다”며 소매를 잡아 끈다.

직원 박경아(36ㆍ여)씨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살 배기 딸, 여느 토요일 같으면 늦잠을 자겠다고 투정을 부릴 남편 설형호(36ㆍ회사원)씨와 함께 나왔다. 온 식구가 모두 봉사활동에 참여한 것이다. 주방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께 대접할 맛있는 점심을 마련하던 박씨는 “가족이 모두 어렵게 사는 이웃들을 돕다 보면 우리 가족이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돼요”라며 “봉사현장을 놀이공원처럼 따라 다니는 딸아이 모습을 볼 때 가장 흐뭇합니다”라고 말했다. 설씨는 딸과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낙엽과 쓰레기가 흩어져 있는 마당을 쓸고 있다. “아내 덕에 대학 때 농촌봉사활동을 다녀온 뒤 처음으로 봉사라는 걸 해보는 것 같아요. 작은 일이라도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 아닙니까”라며 환하게 웃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1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막내 직원 지승연(27ㆍ여)씨가 고무장갑을 끼고 찌든 때가 앉은 마루를 훔치고 있다. “곧 가정을 꾸리게 되는 내겐 좋은 공부죠.”

다음 달 지씨와 결혼할 송재길(27ㆍ한국농촌공사 직원)씨가 화장실 청소를 하는 틈틈이 사랑이 담뿍 담긴 눈길로 예비 신부를 바라본다. 지난달 지씨의 손에 이끌려 처음 봉사현장을 찾은 송씨는 “주말에 영화보고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봉사를 한 추억만 하겠습니까”라고 기뻐했다.“얼떨결에 독거노인의 집에 가서 이불 빨래와 장롱 정리를 하는데 할아버지가 ‘둘이서 맛난 것 사 먹어’라며 꼬깃꼬깃한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 주시는 거에요. 어찌나 가슴이 뭉클하던지…. 결혼 뒤에도 가족봉사를 계속할 겁니다.”

두 사람은 “노부부와 자식 내외, 손자손녀가 한 집에서 알콩달콩 살아가는 행복한 가족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낮 12시가 되자 멸치국물을 우려내는 냄새가 솔솔 퍼졌다. 맛있는 ‘잔치국수’다. 자원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이 한 가족이 돼 둘러 앉는다. 이용남(81) 할머니는 “자식 손주 같은 사람들로 북적북적한 게 꼭 명절날 잔치가 벌어진 고향집 같다”며 좋아했다. 최고령인 김덕임(90) 할머니는 예비 부부인 지씨와 송씨의 손을 꼭 붙잡고는 “힘든 일 있더라도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살라”며 덕담을 했다.

잠원동사무소 직원 22명은 8월부터 4개의 조를 짜 토요일마다 어려운 이웃들을 찾고 있다. 황규태 동장은 “처음에는 휴일 봉사활동이 잘 될까 걱정도 했는데 직원들이 가족 단위로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이제는 자원봉사날이 가족의 행복을 키워가는 날이 되고 있습니다”라고 자랑했다.

■ 눈길 끄는 가족 단위 자원봉사

가정의 행복을 키우기 위한 가족 단위의 자원봉사활동이 주목 받고 있다. 각종 자원봉사 모임도 가족 중심으로 재편되는 움직임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함께 자원봉사를 한 가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건강'하고 '행복'했다. 특히 가족 자원봉사에 참여한 청소년이 일반 자원봉사에 참여한 또래보다 자아 존중감, 이타성, 사회적 책임성등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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