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모건스탠리가 2일 중국 남부 주하이(珠海)의 한 은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은행 면허를 취득함에 따라 대형 투자은행들의 중국 은행업 진출이 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중국 은행 지분을 매입해 기업공개(IPO) 등으로 이익을 보거나, 중국 은행의 부실채권을 인수해 차익을 올리는데 주력해온 외국 은행들이 앞으로는 중국 땅에서 직접 은행업에 참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할 것임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인수금액을 밝히지 않은 채 주하이 난통(南通)은행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발표했다. 난통은행은 단 한 개의 지점과 40명의 직원을 가진 소규모 은행으로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등 외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존 맥 모건스탠리 회장은 “우리는 중국에서 선도적이고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을 만들기 위해 난통은행을 인수했다”며 “이번 인수는 우리의 전략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은행 업무 규제 당국의 허가 하에 이뤄진 이번 인수로 모건스탠리는 난통은행을 창구로 직접 중국 국민들을 상대로 외환 관련 업무를 할 수 있으며 15조위안(약1,800조원) 규모의 주택금융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홍콩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업 진입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중국 국내 은행을 매입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외국계 투자회사의 중국 대형 은행 소유지분을 25%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이런 방침은 중국 은행의 경쟁력이 강화될 때까지 지속할 예정이다.
모건스탠리와 라이벌인 골드만삭스, 리먼브러더스, UBS 등은 중국 대형 은행들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만 은행업 진출에는 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은행들도 조만간 중국 소형 은행 사냥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크레디스위스 등 유럽계 투자은행 일부는 이미 중국 은행업 면허를 받은 상태이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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