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에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최소한 한 달은 주어져야 비행기 삯을 치를 보람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이지만, 우리나라 직장인 대다수에게는 열흘 연휴도 좀처럼 드문 천금 같은 시간이다.
그렇게 딱하게, 놀 줄도 쉴 줄도 모르도록 살더니 고작 열흘을 뭘 하며 보내야 할지 막막해서 떠난다는 이도 있었다. 어쨌건 서울이 호젓해져서 참 좋다. 뉴질랜드에 사는 친구 알렉스라면 지금 서울에 좀 실망할 테지만.
그는 서울을 아주 좋아한다. 거리거리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게 신기하고 신선하단다. 그는 특히 젊은 남녀가 바글거리는 대학가나 유흥가에 환장을 한다. 혼잡한 거리에서 분주히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치며 걷는 게 그렇게나 신나고 즐겁다는 것이다.
그가 따분해 하고 고적해 하는 오클랜드 거리에도 한국인 관광객들 목소리가 왁자하겠지. 혹자는 눈살을 찌푸릴 그 시장판 같은 활기에, 알렉스는 새삼 서울이 그리울 것이다.
추석날엔 비행기에서 송편을 줄까? 작년에 생애 처음 비행기를 탄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나도 드디어 기내식을 먹어보는구나, 했는데 음료수만 주더라고 투덜댔다. 도착지가 도쿄였다고.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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