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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연쇄추돌' 불속 뛰어든 義人들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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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 연쇄추돌' 불속 뛰어든 義人들 2명

입력
2006.10.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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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대교에서 연쇄추돌사고가 난 직후 비교적 가볍게 다친 운전자들은 119 소방대원들과 함께 너나 할 것 없이 구조작업에 동참했다. 그 중에 신원을 밝히지 않은 30대 남자와 캐리어 트럭 운전사의 구조활동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군산에 사는 이모(39ㆍ여)씨는 이날 아침 중학생 아들과 함께 서울의 친정엄마를 방문하기 위해 금호고속버스를 탔다. 즐거운 귀성길은 그러나 서해대교에 접어들면서 악몽으로 바뀌었다. 자욱한 안개를 헤쳐가던 버스는 ‘꽝’ 소리와 함께 산산이 부서졌다.

안전벨트를 했지만 앞 좌석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정신이 아득하고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몰랐다. 눈을 떴지만 모자이크 같은 형체가 보일 뿐이었다. 차량에 화재가 발생해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옆 자리를 더듬어 아들을 찾았다. 손에 끈적한 피가 묻어 나왔다. 이씨는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밖에서 유리창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30대로 보이는 남자였다. 이 남자는 운전사를 먼저 구한 뒤 이씨와 이씨의 아들을 안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이 남자는 곧바로 다른 차량으로 옮겨가 구조를 계속했다.

금호고속버스 운전사 이만수(44)씨는 “사고가 나 정신이 아득한데 길 건너편에서 한 남자가 차를 세우고 중앙분리대를 넘어 건너오는 것이 보였다”면서 “이 남자는 유리창을 깨고 운전석에 끼인 나와 7, 8번 좌석에 쓰러져 있는 모자를 구하더니 곧바로 다른 차량으로 가 상당 시간 구조활동을 한 뒤 사라졌다”고 말했다.

캐리어 화물차를 몰던 홍성재(40)씨도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고도 5명의 소중한 목숨을 구했다.

홍 씨는 아픈 팔을 부여잡고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40대 남녀를 차량에서 끌어내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는 등 모두 5명을 구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홍 씨는 병원에서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겸손해 했다.

평택=이준호기자 junhol@hk.co.kr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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