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서해대교는 순식간에 폐차장으로 변했다.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종잇장처럼 구겨져 겹겹이 쌓여 있는 차량들은 연쇄 추돌사고 당시의 끔찍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사고 현장 사고 10분 만인 오전 8시께 출동한 충남 당진소방서 현장대응팀장 홍승길(47) 지방소방경은 “현장에 오니 탱크로리에서 8㎙나 되는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고, 수많은 부상자들이 차량에 갇혀 ‘살려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며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고 몸서리쳤다.
처음 추돌 사고를 일으킨 25톤 트럭과 탱크로리는 사고 발생 3시간이 넘은 오전 11시께까지 연기를 내뿜었고, 화염에 녹아 내린 고속도로 아스팔트는 바닥까지 드러냈다.
화물트럭과 탱크로리 사이에 낀 승용차들은 까맣게 그을린 채 형체를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고속버스도 유리창이 모두 깨지고 내부가 다 타버렸다. 공장에서 갓 출고된 승용차를 운반 중이던 트레일러는 추돌 당시의 충격과 화재로 가운데 부분이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외벽과 충돌한 차량도 많았다. 가드레일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그대로 바다로 떨어질 뻔한 차량이 한두 대가 아니었다. 가슴과 팔을 다쳐 평택시 안중백병원에 입원한 김모(40ㆍ여)씨는 “차들끼리 계속 부딪치는 소리와 ‘쾅’ ‘쾅’하는 폭발음이 들리고 차들이 이리저리 튕겨 나갔다”고 울먹였다.
교통 마비 사고의 여파로 오후 늦게까지 서해안고속도로는 상ㆍ하행선 할 것 없이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사고 직후에는 차량들이 수㎞ 이상 꼬리를 문 채 움직이지도 못했고, 귀향길 시민들은 도로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고 공포에 떨었다. 사고가 나자 도공은 송악나들목에서 사고 지점까지 약 2km 구간에 고립된 차량들을 역주행시켜 2시간 만에 빼냈다. 그러나 교통이 완전 통제된 상행선은 물론 하행선도 구급차량들로 인해 서서울요금소에서 사고지점까지 48㎞구간이 극심한 지ㆍ정체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사고 현장을 벗어나려는 일반 차량들이 갓길을 가득 메우면서 구급 차량들의 도착시간이 지연돼 인명 피해가 늘어났다.
평택=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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