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한가운데 조상의 묘가 있다. 땅 둘레에는 담장이 쳐 있다. 성묘 가는 길을 터 달라고 요구했지만 땅 주인은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한다. 통행권과 재산권 중 무엇이 우선일까.
양모씨는 1994년 10월 임야 690여평을 산 뒤 조상의 묘 8기를 설치했다. 다른 땅으로 빙 둘러 싸여 있었기 때문에 양씨 가족은 큰길에서 가까운 통로를 통해 8년 동안 성묘를 다녔다. 땅 주인도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문제는 2002년 11월 묘 주위 땅의 주인이 바뀌면서 발생했다. 새 주인은 땅 경계에 돌과 시멘트로 높이 1.2㎙ 정도의 담을 쌓았다. 다른 사람이 불법으로 땅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양씨 가족은 성묘를 가거나 벌초를 할 때마다 담을 넘어 다니다가 결국 소송을 냈다. 성묘, 벌초뿐 아니라 나중에 묘를 옮길 수도 있으니 폭 3m의 자동차 통행로를 내 달라는 것이었다.
1, 2심 재판부는 양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통행로 길이가 100m에 이르는 데다 양씨 가족이 찾는 횟수가 1년에 몇 번 안 되며, 담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땅 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동차 통행로는 못 되더라도 걸어서 갈 수 있는 길은 내줘야 한다”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김지성 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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