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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강원 수해민 거주 '컨테이너 마을'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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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 강원 수해민 거주 '컨테이너 마을'에 가다

입력
2006.10.0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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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오는 게 두렵습니다.” 수마에 휩쓸린 밭에서 가을걷이 대신 잔해제거 작업을 하던 강원 평창군 진부면 신기리 박상림(47) 이장은 추석 얘기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따가운 햇살에 곡식이 여물어 있어야 할 논밭엔 바위만한 돌덩이와

뿌리 채 뽑힌 통나무가 뒹굴고 있다.

7월 집중호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당한 인제군과 평창군 지역 296가구는 올 추석을 컨테이너 집에서 보내야 한다. 영하10도 이하로 내려가는 것이 보통인 겨울추위와 칼 바람이 벌써부터 큰 걱정이다. 이미 새벽녘에는 외풍을 막기위해 이불을 얼굴까지 뒤집어써야 한다. 강원도는 컨테이너 집에 대한 월동 종합대책으로 외부단열과 방풍시설을 보강하는 등 추가 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10월 말이나 되야 마무리될 전망이어서 주민들은 당분간 새벽추위와 싸워야 한다.

수재민으로 인정 받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개인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할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야영장을 임대 운영하던 인제군 북면 한계리 고휘자(61)씨는 땅 주인이 살림집을 창고로 등록해놓아 수재민으로 지정 받지 못했다. 조르고 졸라 컨테이너 집은 구했지만 주택지원금 1천400만원은 고사하고 구호품도 전혀 받지 못했다.

“가진 것 하나 없는데 명절이 돌아오니 괜스레 서러워

눈물이 나네요.” 처음엔 ‘차라리 야영장과 함께 쓸려가 버렸으면’ 하는 원망도 많았지만, 가족의 시신도 찾지 못하고 슬퍼하는 이웃을 보면서 지금은 살아있는 것만도 감사히 여기고 있다고 한다. 필요한 물건을 찾다가 ‘아 참 떠내려갔지’ 하고 깨달을 때마다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는 고씨는 아직도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서울로 역귀성하는 노인들도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수재민 중에는 불편해도 고향집에서 추석을 보내겠다는 주민들이 더 많다. “그래도 조상 묘가 있는데 자식들이 와야죠.” 산골에 들어와 평생 일군 논밭을 순식간에 날린 인제읍 덕적리 윤금병(72), 박만득(70) 부부는 ‘건진 거라곤 솥단지 하나 뿐’이라며 허허롭게 웃는다.

삶의 터전을 전부 잃고 졸지에 컨테이너 집에 들어앉은 막막한 신세. 그만큼 다시 일어서려는 노력도 처절하다. “불편한

거야 말로 다할 수 없지만 이만하면 견딜 만 한 거지요” 인제읍 덕산리 이영창(53)씨는 이번 수해에 동생까지 잃는 큰 아픔을 겪었지만 민ㆍ관 구호단체의 도움이 재기에 큰 힘이 되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올해는 조상 묘에 술 한잔 올리는 것으로 추석을 대신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덧붙인 한마디에는 씁쓸함이 짙게 베어 있다. “조상님도 이해해 주시겠죠.”

인제·평창=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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