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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등진 아미시 마을에서도… 美 학교, 또 총기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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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등진 아미시 마을에서도… 美 학교, 또 총기난사

입력
2006.10.0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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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내 총기 인질 참사가 미국에서 또 발생했다.

2일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의 암만파 기독교 학교에서 트럭운전사 찰스 칼 로버츠(32)가 권총 등으로 무장한 채 교실에 난입해 여학생 4명을 사살한 뒤 자신도 자살했다. 병원에 후송된 7살짜리 여학생은 한 명이 나중에 숨져 희생자는 5명으로 늘었다.

이 학교는 학급이 하나뿐인 시골 학교로 당시 교실에는 여학생 11명을 포함, 학생 26명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6세에서 13세 사이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범인은 남학생을 교실에서 모두 내보낸 뒤 여학생들만 일렬로 세워 놓고 즉결 처형하듯 머리에 총을 쏴 사살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나머지 여학생 6명도 대부분 중태여서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범인이 권총과 칼, 600발의 탄환이 든 가방을 소지하는 등 중무장한 상태였다”며 “인질극을 벌이다 경찰이 교내로 진입하려는 것을 알고 여학생들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범인은 또 각종 연장을 소지해 장기간 인질극을 계획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 자녀의 아버지인 범인은 범행 전 집에 유서를 남겼으나 뜻을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는 사건 당시 자수를 권하는 아내에게 “20년 전 일을 복수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집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범인의 어린 시절 맺힌 응어리가 사건의 배경일 수 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범인을 잘 아는 이웃 사람들은 “그가 평범하고 자녀들에게 아주 헌신적인 아버지였기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자식 한명을 일찍 잃은 것이 이번 일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범인은 1997년 갓 태어난 딸을 잃었다. 기독교 신자였던 범인은 암만파는 아니었으나 이번 사건이 종파 간 차이와는 무관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콜로라도주 베일리의 플래트 캐년 고교에서 한 남자가 총기 인질극을 벌이다 여학생 한 명이 숨지는 등 미국에서는 1주일 사이에 3건의 학교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 총기 인질극 아미시… 非폭력·反문명 고집 '19세기식 생활'

총기 인질극의 희생양이 된 암만파(Amish)는 전쟁과 폭력을 배격하고 문명을 거부하는 개신교의 한 분파로 유명하다. 17세기 네덜란드 종교개혁가이자 메노파(Mennonite) 장로였던 야콥 암만(Jacob Ammann)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 종파는 철저히 고립적이고 반(反)문명적인 생활방식을 고집해 ‘21세기에 19세기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기 TV 자동차 전화 등 가장 기본적인 현대 문명 조차 거부한 채 말과 마차로 통행하고 자녀도 8학년 이상은 교육시키지 않는다. 사진은 영혼을 훔쳐간다는 이유로 찍지 않는다.

남자들은 결혼한 날부터 콧수염은 깎고 턱수염은 기르는데, 이는 둘 다 기르면 이들이 폭군이라고 극렬히 비난하는 군인과 인상이 비슷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항상 검은 옷을 입는 여자들은 가족의 옷을 모두 손수 만들며, 금속단추나 지퍼는 군복에 많이 쓰인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는다.

문명을 완전 거부한 채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최근 전화를 집이 아닌 나무에 설치해 공동으로 사용하거나 헛간에 한해 전기를 끌어와 우유를 짜는 등 약간의 변화 조짐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이들이 비(非)암만파를 통칭하는 ‘English(영국인)’와 경쟁하기 위해 ‘타협한’ 최소한의 것으로, 기본적으로는 어떤 문명의 이기(利器)도 집안에 들여놓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암만파는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에 거주하다 19세기 이후 미국에 대거 건너와 현재는 18만명 가량이 미국 내 25개 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70%는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주에 살고 있다. 이들의 뿌리는 독일계이지만 기이한 생활습관 때문에 관광객들로부터 독일인을 뜻하는 ‘도이치(Deutsch)’ 대신 이를 비하한 ‘펜실베이니아 더치(Dutch)’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법원은 암만파에게는 종교의 자유 차원에서 의무 교육을 강요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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