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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재벌총수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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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재벌총수를 위한 변명

입력
2006.10.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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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최근 인도 총리관저를 방문, 만모한 싱 총리를 예방하는 등 파격적인 대접을 받았다. 인도 총리가 바쁜 일정 속에서 정 회장을 집무실이 아닌 관저로 초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현대차 관계자의 전언이다.

싱 총리는 “현대차의 투자를 통해 인도 자동차산업의 수준을 향상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연산 30만대 규모의 1공장에 이어 연산 30만대 규모의 2공장을 추가로 짓겠다고 화답했다.

비단 정몽구 회장만이 아니다. 삼성, LG, SK 등 재벌 총수들은 해외에 나가면 현지 대통령이나 수상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자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일자리도 창출하겠다는데, 어느 나라 최고 지도자인들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상당수 재벌 총수가 ‘이런 저런’ 이유로 운신의 폭에 제한을 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사건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증여 의혹 수사로 마음 편치 못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외 체류 중인 이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의 신속한 공개소환설도 나오고 있어 그룹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공개 소환되면 미국의 CNN이 전세계에 생중계할 것”이라며 “그 동안 해외에 쌓아 놓은 삼성의 초일류기업 이미지와 마케팅 노력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은 에버랜드 문제와 관련, 2000년 이후 7년째 지루한 수사를 받고 있다.

그 동안 검찰총장이 7명이나 바뀌고, 임직원 200명이 검찰청사를 들락거렸다고 한다. 검찰도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겠지만,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재계 1위 총수를 굳이 공개 소환해서 망신을 줄 필요가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현대차 문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가 비자금을 조성한 것은 분명 잘못된 것으로 관련자에 대한 사법적 제재는 필요하다. 하지만 연간 370억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현대차 그룹은 오너에 대한 수사로 대외 이미지 추락, 해외투자 지연 등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10대 재벌 총수 중 검찰에 소환되지 않은 총수가 드문 것도 세계 11위권 경제대국인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다. 문민정부 시절 김영삼 대통령이 30대그룹 총수를 대동하고, 남미를 방문했을 때, 현지 언론에 ‘한국의 범죄집단이 몰려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해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 일이 있다. 정경유착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은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총수들은 범죄자로 몰리는 게 한국이다.

재벌체제는 황제경영, 경제력 심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재벌 지배구조 문제점은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재벌오너는 현실적으로 실물 경제를 이끌어 가는 핵심 주역들이다. 요즘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수 있는 곳은 대기업, 그 중에서도 상위 재벌들이다.

암탉은 정성스레 보살펴야 알을 낳는다. 못살게 굴면 알을 낳지 않는다. 기업가도 비슷하다. 총수들이 왕성한 기업가 정신을 갖고 국부 창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 총수들이 국내외를 누비며 글로벌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

이의춘 산업부장직대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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