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3일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진의 위법행위를 따질 수 있는 이중대표소송제도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상법(회사편)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올해안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나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비롯한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국회 논의 과정 등이 주목된다.
▦회사 감독시스템 개선
개정안에 따르면 자회사에 대한 모회사의 직접 소유 지분율이 50%를 초과하면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임원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소송을 낼 수 있다. 이른바 이중대표소송으로 현행 상법상 주주대표소송의 대상을 실질적인 지배관계에 있는 자회사로 확대한 것이다.
전문 경영인을 이사회에서 선임한 뒤 법인 등기부에 기재하고 이사와 유사한 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집행임원제도도 신설됐다. 법무부는 기업 오너들의 회사 지배력이 약화돼 책임경영이 어려워진다는 반론 등을 감안해 집행임원제 도입 여부를 회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하고 이사와 집행임원의 겸임도 허용키로 했다.
개정안엔 이사가 현재 또는 장래에 회사에게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부당하게 유용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으로 취득하지 못하도록 하는 ‘회사기회의 유용금지 규정’도 포함됐다. 법무부는 “최근 일부 재벌 기업이 비상장 계열사에 사업을 몰아주고 이를 통해 2세에게 경영권 상속을 꾀함에 따라 현행 상법의 ‘이사의 충실의무’를 더욱 구체화해 명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사가 경미한 부주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본인 연봉의 6배(사외이사는 3배)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책임액을 면제해 주는 조항도 마련됐다
이외에도 특정 사항에 대해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과 양도시 이사회의 승인이 필요한 주식 등도 발행이 가능해진다. 또 액면가 100원, 500원, 5,000원짜리 주식과 달리 지분비율만 있는 무액면주식 제도가 도입돼 기업의 자금조달과 합병ㆍ분할 등에 활용된다.
법무부는 그러나 다수 의결권을 가졌거나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어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보호 목적으로 쓰이는 ‘황금주(Golden Share)’ 제도는 인위적인 경영권 보호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계, 이중대표소송으로 소송남발 우려
이러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는 기업 부담은 커진 반면 경영권 방어책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며 비판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공식입장발표를 통해 “세계적 입법 추세에 역행하고 기업 경영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특히 이중대표소송은 자회사를 통한 사업 활동 등을 제약하고 소송 남발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또 “집행임원제도도 기업의 자유로운 지배구조 선택을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더군다나 상법개정특별위원회나 공청회에서도 언급이 없었던 ‘회사기회의 유용금지’규정이 포함된 것은 기업현실과는 큰 괴리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한 임원도 “기업 현실과 경영 효율성은 외면한 채 대의명분만 앞세운 법 개정안”이라며 “특히 전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중대표소송을 법제화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신속하고 과감한 기업 투자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계는 국회 논의과정에서 개정안에 재계의 현실이 반영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