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게임 황제의 앞길에 영광이 함께 하기를….”
9일 공군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하는 최고의 스타 프로게이머 ‘임요환’(25ㆍSK텔레콤)의 고별전이 팬들의 뜨거운 응원 속에 치러졌다.
3일 서울 코엑스 대서양홀에서 열린 ‘제1회 슈퍼파이트 대회’는 입대를 앞둔 마지막 공식 고별전답게 임 선수를 위한 이벤트나 다름없었다.
1만여명의 관중이 대서양홀을 가득 채운 가운데 치러진 개막 행사에서 임 선수는 자신의 특기인 드롭십(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병사들을 수송하는 테란 종족의 비행선)을 직접 타고 입장해 팬들의 환호를 자아냈다. 그는 고별전 상대로 ‘임진록’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킬 만큼 많은 명승부를 펼친 라이벌 중의 라이벌 홍진호(KTF) 선수를 만나 명승부를 펼쳐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임 선수는 오후 7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2시간30분 동안 홍 선수를 상대로 5경기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3대2로 이겼다. 그러나 마재윤(CJ) 선수에게는 0:3으로 완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임요한 선수는 “예상치 못한 전략과 상대를 어지럽히는 전술을 적절히 구사했다”며 “팬들의 머리 속에 영원히 ‘테란의 황제’라는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경기를 마친 후 홍 선수는 “처음 결승 무대에 설 때와 같은 설렘을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다”면서 “당분간 임 선수를 경기장에서 만날 수 없어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 아쉽다”고 말했다.
‘테란의 황제’로 통하는 임 선수는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등장하는 세 종족 가운데 테란족으로 플레이하는 게이머 중 최고로 꼽혀왔다. 그는 60만명에 육박하는 팬카페 회원을 거느릴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2002년에는 국내 게이머 중 최초로 동양 오리온과 1억6,000만원의 연봉 계약을 맺어 게임산업 역사에 한 획을 긋기도 했다. 그는 현재 SK텔레콤이 운영하는 e스포츠단 ‘T1’에서 프로선수로 활동하며 1년에 2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임 선수가 입대 후 프로게이머로 계속 뛸 수 있을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군측은 그러나 그가 군에서도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팬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임 선수는 “팬들의 뜨거운 사랑이 나 자신과 게임산업을 키워왔다”며 “제대 후에도 계속 프로게이머로 남을테니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슈퍼파이트 홈페이지(www.superfight.co.kr)에는 임 선수의 고별전에 대한 응원과 아쉬움이 쏟아졌다. 한 네티즌은 “마지막 경기인에 이겨서 임 선수의 팬으로서 정말 기쁘다”면서 “군대 다녀와서 부활을 기대하겠노라”고 말했다. ‘deblan’이라는 ID의 네티즌은 “임요환 때문에 스타크래프트를 하게 됐다”며 “운동 선수들은 병역 혜택을 받고 있는데 왜 게임의 황제에겐 안주냐”고 따지기도 했다.
해외의 관심도 폭발적이었다. 중국에 있다는 ‘찜만’이라는 ID의 팬은 “중국 게이머들도 이번 대회에 엄청난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 중국에서도 생중계를 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이라는 한 네티즌은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는 말을 남겼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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