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의 비호로에서 전지훈련 중인 춘천 우리은행 선수단에는 고된 훈련과 함께 통역까지 맡고 있는 1인2역의 선수가 있다.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하는 그는 훈련 시간 외에 양국 농구 관계자들의 의사 소통을 돕느라 쉴 틈이 없다.
지난달 연습생 신분으로 입단한 포워드 원진아(22)가 독특한 이력의 주인공. 춘천 봉의초등학교 때 농구공을 잡은 원진아는 춘천 선일여중에 진학해 농구를 계속했으나 고등학교 진학 당시 스카우트 파동에 휘말려 프로 선수의 꿈을 접을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원진아는 97년 혈혈단신 일본으로 건너가 오사카에 있는 쇼잉히가시 고교와 도쿄의 일본 체육대학에 진학해 선수 생활을 계속했다. 낯선 땅에서의 시련은 불 보듯 뻔한 일. 원진아는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찰 만큼 일본 선수들에 비해 출중한 기량을 자랑했지만 아킬레스 건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한 동안 농구와 이별해야 했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본 선수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머리를 삭발할 만큼 오기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그였다.
그리고 ‘진인사대천명’이라 했듯 지난 여름 중학교 시절부터 대형 선수로서의 자질이 엿보인 원진아를 유심히 관찰해 온 우리은행의 입단 제의를 받았고, 8월부터 합류해 프로 입단이라는 꿈을 이뤘다. 해외 진출 선수의 한국 복귀 시에는 이사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지만 규약상의 걸림돌은 없다.
6년 간 일본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 온 그이기에 이번 전지훈련이 누구보다 남다르다. 일본에서 뛸 당시 센터를 보던 원진아는 182㎝의 큰 키에도 민첩하고 슛 감각이 좋아 파워 포워드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 3일 비호로 타운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비호로 고등학교 남자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맹활약, 치열한 주전 경쟁을 예고했다.
원진아는 “한국 무대 복귀라는 꿈을 이룬 만큼 마음 편히 농구에만 집중해 팀내 주전은 물론이고 언젠가 태극마크도 달고 싶다”며 각오를 밝혔다.
비호로(일본 홋카이도)=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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