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부동의 수문장 ‘거미손’ 이운재(33ㆍ수원)의 시대가 저무는가.
2002한ㆍ일 월드컵 8강전 승부차기의 주역이자 철벽 수문장인 이운재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쳤다. 이운재가 오는 8일(가나전)과 11일(시리아전)에 펼쳐지는 대표팀 A매치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베어벡 감독은 2일 대표팀 최종 엔트리 30명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운재를 전격 탈락시켰다. 한ㆍ일월드컵 이후 이운재가 특별한 부상 없이 대표팀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운재의 탈락은 베어벡 감독의 확고부동한 대표팀 선발 원칙에 따른 결과다.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이름값이 높더라도 뽑지 않겠다는 것이 베어벡 감독의 선발 기준. 소속이 없는 안정환(30)이 이미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고 ‘벤치워머’로 전락한 박주영(21ㆍ서울)도 2회 연속 A대표팀 명단에 들지 못했다.
이번에는 대표팀의 붙박이 수문장 이운재가 원칙에 입각한 ‘살생부’의 희생양이 됐다. 더욱이 이운재의 나이를 감안할 때 향후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운재로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 7월15일 프로축구 컵대회 대구경기에서 부상당한 이운재는 현재 예전의 컨디션을 되찾은 상태. 그러나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이운재를 기용하지 않고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박호진(30)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벌써 두 달이 넘는 벤치 신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운재가 소속팀에서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자 일각에서는 차범근 감독과 이운재의 불화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운재의 대표팀 탈락은 향후 소속팀에서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시즌 종료 뒤 다른 팀과 이적협상을 벌일 때 몸값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운재는 대표팀 탈락 소식을 접한 뒤 대한축구협회 홍보실 이원재 부장과 전화 통화에서 "내가 못해서 대표팀에 탈락한 것 같다. 더 노력해서 다음 기회에 반드시 대표팀에 뽑히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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