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단독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대화 내용이 주목된다. 이날 만남은 이 전 시장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이 전 시장은 고향인 경북 포항에 내려가는 당일 오전 이 전 총재의 용산구 서빙고동 자택을 방문했다.
이에 대해 이 전 시장 측은 “7월 서울시장에서 물러난 뒤 이 전 총재를 별도로 만난 적이 없어 추석을 앞두고 인사차 찾아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정치권에서는 이 전 시장이 경선출마 의사를 밝힌 포항 방문을 앞두고 이 전 총재를 만났고,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눈 점으로 미뤄 이 전 시장이 향후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 이 전 총재의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의 경우 7ㆍ26 재ㆍ보선 공천과정에서 이 전 총재가 공천을 부탁한 인사가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이 전 총재와의 교류가 뜸한 편이다.
한편 이 전 시장은 이날 시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10월 시청 집무실에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를 1시간가량 만난 사실을 공개했다. 당시 아베 의원은 이 전 시장측에 면담을 요청한 뒤 측근 의원과 함께 극비리에 입국, 이 전 시장을 만나고 당일 돌아갔다고 한다.
이 전 시장은 “그때는 한일관계가 극도로 악화돼 있던 시점이었는데, 그 쪽에서 만나자고 해 응했다”며 “양국 관계 악화는 일본 측 책임이 크다고 말했더니 (아베 의원이) 의견을 같이하고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은 또 “아베 의원은 앞으로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고, 일본도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고 헤어졌다”고 말했다.
당시 아베 의원은 관방장관 취임을 앞두고 있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었다. 아베 의원과 동행한 한 자민당 의원은 “양국의 차기 주자로서 가장 유력한 두 분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었다고 이 전 시장의 측근이 전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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