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산 가운데 사고가 잦아 등산객이 가장 조심해야 할 산은 어디일까?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이 작년 1년 동안 119에 접수된 산악사고 4,397건과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방문객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전국 14개 산지형 국립공원 중 방문자 10만명 당 사고건수는 설악산이 10.3%건으로 1위였다. 이어 소백산(8.1건)과 월출산(6.4건)이 2, 3위를 기록했다. 소백산과 월출산은 연간 방문자가 5만명 미만인데도 사고가 많아, 능선이 완만한 ‘육산’보다는 바위가 많은 ‘골산’이 위험하다는 속설을 입증했다. 국립공원 1호 지리산은 5.7건, 서울시민이 자주 찾는 북한산은 4.6건이었다.
설악산(323건)은 방문자 수를 감안하지 않은 절대 사고건수에서도 단연 1위였다. 수도권의 경우 관악산(290건ㆍ2위), 북한산(232건ㆍ3위), 수락산(136건ㆍ5위), 도봉산(70건ㆍ7위), 청계산(52건ㆍ9위) 등에서 사고가 잦았다. 부산에선 금정산(54건ㆍ8위), 대구는 팔공산(40건ㆍ11위), 대전은 계룡산(38건ㆍ12위), 광주는 무등산(27건ㆍ18위)이 사고빈발 산이었다.
연령별로는 50~60대(55.9%), 월별은 단풍철인 10월(14.5%), 요일은 일요일(33.5%), 시간대는 정오~오후 6시(55.1%)에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났다. 사고원인 1위는 실족(25.7%)이었고, 이어 급ㆍ만성질환(20.7%)과 추락(19.6%) 순이었다. 사고 신고부터 병원 이송까지는 평균 2시간이 걸렸다.
산악사고 사망자 110명 중 구조대 도착 전에 숨을 거둔 비율이 99%(109명)에 달하는 등 구조체계의 허점도 엿보였다. 특히 환자의 빠른 수송을 위해 헬기 지원이 필수적인데도, 실제 헬기가 동원된 경우는 전체 사고의 12.9%에 그쳤다. 심지어 사망사고조차도 헬기 출동률은 29.1%에 불과했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산을 오를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과신”이라며 “실족이나 체력저하에 따른 사고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무리한 산행이 산악사고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안형영 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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