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A공고 박모 교장은 요즘 학교 살림 꾸리느라 머리가 하얗게 샜다. 실습 재료비는 갈수록 올라가는데 예산 지원은 해마다 줄고 있다. 게다가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가 갖고 있던 실업교육 관련 예산 편성권이 전북도교육청으로 넘어간 이후에는 지원금이 더 깎였다. 박 교장은 “실습 시간에 한 번 감은 전선을 다시 뽑아 다시 쓰는 형편”이라며 “학생들이 ‘우리는 재활용 학교에 다닌다’고 말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어 “방학도 없이 학생들 가르치는 기능 특기반 교사한테 추가 근무수당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볼 낯이 없다”며 “실업교육은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고 아쉬워 했다.
실업교육에 대한 예산 지원이 갈수록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5년 지방 분권화에 따라 실업교육 예산을 시ㆍ도 교육청으로 넘긴 이후 그 정도가 심해 실업교육을 공교육의 사각 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정봉주 의원이 2일 교육부에서 받은 ‘2004년 이후 실업교육 예산확보 현황’ 에 따르면 전국 16개 시ㆍ도교육청 중 2004년과 비교해 2005년 실업교육 예산이 줄어든 곳이 13개나 됐다. 특히 전북(42%)은 절반 이상 깎였다.
그나마 시ㆍ도교육청은 실업 관련 예산을 주로 본 예산이 아닌 추경예산에 의존해 편성한 것으로 나타나 실업교육 예산이 다른 항목에 비해 철저히 홀대받고 있음으로 보여줬다. 특히 전북 광주 인천 충남 등 7곳은 추경 예산이 본 예산보다 많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태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본 예산이 얼마인지 알아야 다음해 학교 운영 계획을 짤 수 있는데 대부분 지원금이 추경 예산이다 보니 학교 운영이 뒤죽박죽일 수밖에 없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그저 주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시ㆍ도교육청들이 실업예산을 다른 곳으로 돌려쓰고 있다”며 “중앙 정부 차원에서도 수업료 면제, 장학금 수혜 비율 확대 등 실업계고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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