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열린 ‘2006 MBC 대학가요제’의 수상 결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심사위원단과 수상팀들을 비난하는 악플(악성 리플)이 쏟아지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논란은 재즈풍의 노래 ‘Into the Rain’을 선보인 6인조 혼성밴드 ‘뮤즈그레인’이 수상권에 들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전주교대 음악교육학과 학생들로 구성된 뮤즈그레인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등 여러 악기가 빚어낸 독특한 화음, 보컬의 매력적인 음색과 뛰어난 가창력 등으로 네티즌들로부터 “소름이 돋을 만큼 훌륭하다”는 등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수상자 발표 결과, 뮤즈그레인이 아무 상도 받지 못하자 인터넷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이 팀의 탈락을 아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공정 심사 의혹을 제기하며 채점 기준과 점수 공개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 일부 네티즌은 대상을 받은 혼성듀엣 ‘JJMP’(경희대) 등 수상 팀에게 욕설이 담긴 악플을 달고 있다.
대학가요제를 연출한 신정수 MBC PD는 “컴피티션(경연)보다는 페스티벌의 성격을 살리기 위해 심사점수를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면서 “심사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이 방침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가요제 심사는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심사위원장), 작곡가 방시혁, 피아니스트 겸 가수 노영심, 작곡가 겸 가수 김현철, 러브홀릭의 강현민, 드렁큰타이커의 타이거JK,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영상홍보학부 교수 등 7명이 맡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심사위원 7명은 항목의 구분 없이 10점 만점으로 개별 평점을 매긴 뒤 이를 합산,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수상자를 선정했다.
신 PD는 “음악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은 곤란하다”면서 “특히 수상 팀들을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그는 “뮤즈그레인의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네티즌의 뜻이라고 받아들인다”면서 “‘음악중심’ 등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뮤즈그레인의 보컬 김승재(21)씨는 “대회 내내 가까이 지냈던 친구들이 뜻하지 않은 피해를 당해 너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수상하지 못한 순간, 조금 섭섭했던 것이 사실이나 우리의 음악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하다”면서 “본선에 나온 모든 팀들의 음악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희정 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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