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만 8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익을 올리며 덩치를 키우고 있는 은행들이 영업행태나 사회적 책임에 있어서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일 은행 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각 은행들은 추석자금 특별 지원을 소리 높여 홍보하고 있으나,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복잡한 대출 심사를 끈기 있게 기다려도 결국 신용보증기관의 보증을 요구하거나, 대출 거절이 다반사”라는 불평이 여기 저기서 터져 나온다.
실제 과거 대출실적을 살펴보면 이 같은 중소 기업인들의 주장이 엄살만은 아니다. 신한은행이 4월부터 6월말까지 판매한 ‘사회책임경영대출’은 목표 대출금을 5,000억원이라 밝혔으나, 실제 대출은 0.03%에 불과한 1억5,000만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의 ‘하이테크론’ 대출도 목표 금액의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 같은 영업행태는 지난 7월의 수해지원 공약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당시 신한, 우리, 하나, 산업, 기업, 수출입, 부산은행 등 7개 은행이 서로 돕겠다고 나섰지만, 지난달 말까지 실제 지원된 금액은 고작 335억원으로 목표 2조1,000억원의 1.6%에 불과했다.
각종 약관이나 영업행태도 은행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 투성이다. 자칫 연휴기분에 들떠 4일까지 카드대금이나, 이자납부금을 입금하지 못한 고객들은 불공정한 약관 때문에 꼼짝없이 5일간의 연체료를 물어야 한다. 금융전산망의 발달로 자동입출금기(ATM)이나 인터넷ㆍ텔레뱅킹은 연휴기간에도 사용할 수 있지만, 연체료가 걸려있는 각종 대금 납부 만큼은 연휴기간 입금해도 은행문을 다시 여는 9일에 입금한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은행의 불합리한 약관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면서 정부 기관들도 메스를 들기 시작했다. 최근 고충처리위원회가 담보 대출시 담보설정 비용을 금융기관이 부담하라고 권고한 것이 대표적인 예. 공정거래위원회도 은행들의 외국환 수수료 및 금리체계 담합혐의를 잡고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다.
각종 사회기여 활동 역시 급속히 커져 가는 덩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열린우리당 서혜석 의원에게 제출한 ‘금융회사별 사회봉사 및 기여활동 현황’에 따르면 올들어 7월말까지 국내 21개 은행들이 사회봉사를 위한 각종 기부금을 출연한 액수는 725억4,000만원에 그쳤다. 이는 올 상반기 당기 순이익의 8.9%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이 171억원, 신한은행이 85억원으로 각각 1ㆍ2위를 차지했다. 반면 ‘리딩 뱅크’임을 대외에 과시하는 국민은행은 48억원에 그쳐 국내은행 중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과 인수합병으로 은행들의 덩치는 커졌지만, 실제 내용은 금융감독당국과 은행 모두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는 영업형태에 안주하면서 은행들의 ‘영업상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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