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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사고/ 산 사고 왜… 얼마나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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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사고/ 산 사고 왜… 얼마나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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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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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만큼 건강에 좋고 경제적인 운동도 드물다. 그러다 보니 주말이면 전국의 산들은 등산객들로 몸살을 앓는다. 하지만 자칫 방심하다간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 십상인 게 바로 산행이다. 산이라고 해서 모두 똑 같은 산은 아니다. 나름대로 개성과 특징이 분명하다. 산악사고가 빈발하는 산이 따로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즐겨 찾는 산은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한국일보 기획취재팀은 작년 1년 동안 119에 접수된 산악사고 4,397건을 정밀 분석했다. 국내 언론 사상 최초의 시도였다. 그 결과 몇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발견됐다. 우선 산악사고 사망자 110명 중 남성이 90.9%(100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산악사고를 당한 남녀 비율이 각각 58.2%(2,560명)와 41.8%(1,837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남성 사망자가 유독 많은 편이다.

사고원인별 분석에서 급ㆍ만성질환으로 구조요청을 한 20대가 30.9%나 되는 점도 의외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남성이나 젊은이들의 경우 자신의 체력과 능력을 과신하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산을 이기려 하지 말고 즐기라’는 산악인들의 고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등산객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무리한 산행’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실제 지난해 산악사고 사망자 110명 가운데 44.5%(49명)가 급ㆍ만성질환으로 숨졌다. 남원소방서 산악구조대 관계자는 “무리한 산행을 하다 보면 잠복해 있던 심장질환이 재발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가장 체력이 약한 사람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사고에 대비해 주요 길목에 설치된 위치표지판 번호를 숙지하고,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혈관확장제를 준비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강원-만성질환자 설악산ㆍ치악산 피해야

설악산에서 발생하는 산악사고의 주원인은 급ㆍ만성질환(41.5%)으로 조사됐다. 사망자 5명 가운데 3명이 뇌출혈과 심장마비로 숨졌다. 사고가 가장 빈발한 지점은 봉정암 부근(23건)이었다. 특히 사망자 3명은 모두 봉정암 인근에서 사고를 당했다.

치악산의 경우 전체 사고 22건 중 45.5%(10건)가 추락이었다. 특히 중상자 발생사건(3건)은 모두 추락이 원인이었다. 사고 다발지역은 사다리 병창(4건). 이 곳에선 2명이 심장마비로 숨졌다.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소금강에선 등산로 이탈 및 실종사건(7건)이 전체(17건)의 41.2%나 됐다. 태백산 반재~만경사 구간에선 24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15건이 발을 헛디뎌 발목 등이 골절된 사고였다. 강원지역 산들은 골이 깊다 보니 오대산(3시간26분), 치악산(3시간20분), 소금강(3시간20분), 가리왕산(3시간14분), 설악산(2시간59분) 등 평균 구조시간이 2시간을 넘는 경우가 흔했다.

●서울ㆍ경기 - 북한산ㆍ관악산ㆍ운악산 추락사고 많아

수도권지역 산에선 유독 추락사고가 많았다. 고산준령보다는 완만한 산들이 많은 지역임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결과다. 불암산은 전체 산악사고 38건 중 60.5%(23건)가 추락이었다. 수락산(48.5%), 북한산(50.5%), 관악산(31.7%), 도봉산(55.7%), 운악산(44.4%), 원도봉산(40.9%)도 추락사고 비중이 높았다. 반면 검단산(32.4%)과 남한산성(20.9%)은 급ㆍ만성질환 사고가 가장 많았다.

경기 가평 운악산은 작년 한해 3명이 숨졌는데, 모두 정상 부근의 바위에서 추락한 경우였다. 남한산성에선 3건의 사망사고 중 2건이 자살이었다. 관악산은 촛대바위, 연주대, 국기봉, 제1약수터 인근에서, 북한산은 의상대, 원효봉 등지에서 사고가 잦았다.

평균 구조시간은 북한산, 관악산 등 대부분의 산이 전체 평균(2시간)을 넘지 않았다. 하지만 소방서와 떨어져 있는 운악산(2시간50분), 원도봉산(3시간12분), 용문산(5시간) 등은 사고 등산객 구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용문산은 지난해 2월 길을 잃은 40대 남성이 22시간40분만에 구조되는 등 실종자 구조에 평균 7시간4분이 걸렸다.

●충청ㆍ영남 - 소백산 비로봉이 가장 위험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 경계에 있는 소백산에서 가장 위험한 곳은 비로봉이었다. 이 곳에선 총 23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3명이 심장질환으로 숨졌다. 이어 연화봉(10건), 도솔봉(6건), 국망봉(6건) 등지가 요주의 지점으로 확인됐다.

계룡산은 남매탑과 금잔디고개, 연화봉, 동학사 인근이, 속리산은 경협대, 보현제, 비로산장 주변이 사고 빈발지역이었다.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신불산에선 칼바위와 정상 인근이 위험지역으로 꼽혔다. 대구 팔공산의 경우 등산로 이탈이 전체 사고의 47.5%로 가장 많았다. 국립공원인 주왕산과 월악산, 가야산은 의의로 사고가 거의 없었다.

평균 구조시간은 소백산이 3시간2분으로 전체 평균보다 1시간 가량 길었다. 산이 높고 깊은데다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포항 내연산(3시간10분), 신불산(2시간41분), 팔공산(2시간14분) 등 도심과 가까운 산들도 전체 평균을 웃돌아 구조체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호남ㆍ제주 - 지리산 피아골 사고 최다

지리산에선 전체의 38.1%(64건)가 급ㆍ만성질환 사고였다. 사고가 잦은 지점은 피아골(17건), 노고단(15건), 뱀사골(15건), 한신계곡(12건), 참샘(11건), 백무동 계곡(10건) 등이었다. 지리산은 지역이 넓고 험해 평균 구조시간이 3시간을 넘었다. 특히 실종자 구조에는 무려 7시간17분이 걸리기 때문에 지병이 있는 환자는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덕유산의 경우 남덕유산 능선(9건)과 향적봉(8건), 내장산은 서래봉(6건), 무등산은 중머리재(14건) 인근이 위험지역으로 나타났다. 한라산에선 물찬오름과 장구목 계곡에서 길을 잃은 등산객이 많았다. 평균 구조시간은 덕유산이 3시간14분으로 긴 편이었다.

■ 99%가 구조대 얼굴도 못보고 숨져

작년 8월21일 오후 1시8분. 강원 인제 소방파출소에 다급한 목소리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설악산 12선녀탕 부근 바위에서 50대 남자가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는 내용이었다. 구조대원 5명이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지만 등산객은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뒤였다. 이들의 현장 도착시각은 신고를 받은 지 2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30분.

헬기가 뜨지 않아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이송하기까지 7시간57분이나 걸렸다. 인제소방서 관계자는 “산악사고의 경우 차량으로 산 입구까지 이동하는 데만 30분이 걸리기 때문에 일반 응급구조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헬기도 기상상황이나 정비 여부에 영향을 많이 받아 출동률이 저조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119는 긴급구조 서비스의 대명사다. 실제 당국도 사고 발생 5분 내에 응급구조를 자신한다. 하지만 산악사고는 예외다. 이는 본보 취재팀이 소방방재청에서 입수한 4,397건의 산악사고 분석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산악사고 평균 구조시간은 2시간. 특히 사망사고는 2시간54분이 걸렸다. 구조대의 응급조치도 받지 못한 채 숨지는 경우가 99%나 됐다. 산악 지형 특성상 구조대가 사고지점까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체계의 허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현재 산악구조대가 설치된 곳은 지리산 국립공원을 맡고 있는 전북 남원, 전남 순천, 경남 거창소방서 3곳 뿐이다. 나머지 지역은 119구조대가 화재, 교통사고, 수난 사고 등 각종 사고를 닥치는 대로 해결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산악구조대도 인력부족과 장비낙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산악구조에 필요한 최소 인원은 8명 가량. 그런데 남원과 거창소방서 산악구조대는 대장을 포함한 7명의 대원이 2교대로 근무한다. 평소 근무인원이 3명에 불과한 셈이다. 때문에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등산객들에게서 “3명으로 무슨 구조를 하겠다는 거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남원소방서 산악구조대는 88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도 일부 담당한다.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가진 구급대원이 없어 출동 때마다 다른 파출소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 겨울철 산행에 필수적인 방한복이나 사용시간이 긴 LED랜턴도 없다. 소방서 관계자는 “겨울에는 방한복이 없어 구조하러 나갔다가 오히려 얼어 죽을 지경”이라며 “산악구조대의 역사가 일천해 전문인력 및 장비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파출소를 산악구조대로 개조하다 보니 사고 지점까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실제 산지에 설치된 산악구조대는 단 한곳도 없다. 이래서 사고지점에 도착하는 데만 1시간은 족히 걸린다. 부상 환자 수송에 필요한 헬기도 제 기능을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각 시ㆍ도 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총 24대. 그런데 이 중 83%(20대)가 강풍이나 우천 때 운행이 거의 불가능한 1,100마력의 중소형이다. 헬기 출동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대형 헬기(KA-32T급) 4대는 대구(113건ㆍ2.6%), 울산(90건ㆍ2.0%), 경기(841건ㆍ19.1%), 경북(341건ㆍ7.8%) 등 경기지역을 제외하면 산악사고가 그리 많지 않은 지역에 배치돼 있다. 반면 서울(651건ㆍ14.8%), 강원(795건ㆍ18%) 등 정작 필요한 곳에는 한 대도 없다.

기술적 측면에서 사고 대처요령도 아직 미숙하다. 일례로 등산로 이탈 및 실종은 전체 산악사고의 15.7%나 될 정도로 빈번하지만, 평균 구조시간은 2시간58분으로 전체 평균보다 50분 이상 길었다. 실종자를 빨리 찾기 위해선 산악구조견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지난달 초 순천소방서 구례산악구조대에 배치된 구조견은 지리산 야간 산행에 나섰다가 길을 잃은 등산객을 수색 1시간40분만에 찾아냈다.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활동 중인 구조견은 12마리에 불과하다. 원광대 정기성(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아직까지 산악사고 대응 매뉴얼이나 기본 수칙 등이 전무하다”면서 “산악사고는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체계적인 구조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재학(팀장)·이태희·송영웅·안형영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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