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호와 공화당의 차이점은?" 최근 미국 보수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유머라고 한다. 초대형 유람선 타이타닉을 미국의 집권 공화당에 비유하는 유머가 성립하는 것은 둘 사이의 공통점은 누구나 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공통점은 둘 다 침몰한다는 것이고, 답은 "적어도 타이타닉은 일부러 충돌하려고 애쓰진 않았다"는 것이다. 이 유머의 메시지는 공화당은 침몰할 수밖에 없는 데, 이를 뻔히 알면서도 그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 공화당 정권의 성공과 자책의 한 배경은 '9ㆍ11 사건'이랄 수 있다. 전쟁을 치르는 나라의 대통령이 강력한 집권 기반을 갖는 것이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전쟁 수행이 올바르지 못해 민심이 이반했다는 점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30%대를 기는 가장 큰 이유는 이라크 전쟁의 실책이다. 그리고 워싱턴 정가가 그 직접적인 인적 요인으로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지목한 것은 여러 해가 됐다.
엊그제 외신들은 럼스펠드 장관의 교체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앤드루 카드 전 백악관 비서실장의 비화를 전한 책 '부인하는 국가(State of Denial)'가 중간선거를 앞둔 미 정가를 때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뻔히 아는 병인(病因)을 도려내지 못해 침몰한다는 점을 이 책이 상기하고 있다.
■ 중간선거는 한 달 여 남았다. 이대로 가면 공화당의 의회 지배가 이번에 끝난다는 게 중론인 모양이다. 공화당의 의회 지배는 1994년 이래 계속돼 왔다.
부시 정권에 대한 실망, 일당 의회의 장기화에 싫증을 내는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민주당 쪽으로 쏠리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미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회의 만큼이나 의회에 대해 엄청난 불신을 갖고 있다. 예컨대 하원에 대한 의정 신뢰도는 고작 25%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최근 여론조사 결과이다.
■ 우리 식으로 말하면 이번 선거에 '바꿔' 열풍이 불고 있다. 역대 미국 선거는 대체로 현직에게 유리하다. 하원은 인구 변동 등을 감안해 선거 때마다 선거구를 다시 획정하는데, 이는 사실상 현직에 유리한 게리맨더링이다.
또한 선거 자금 모금 역시 대부분 현직 후보들이 강세다. 그럼에도 '바꿔' 바람이 부니 공화당 현직들은 좌불안석이다. 지역구에서 이들은 "나는 그 공화당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정권과 거리 두기에 여념이 없다고 한다. 생존이 발등의 불이 된 정치는 앞뒤 가릴 여가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두고 '함께냐, 따로냐'로 논란하는 열린우리당이 바로 이 처지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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