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로 대중적 인지도까지 얻은 스타 피아니스트 김정원(31)이 10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아내인 피아니스트 김지애(32)와 듀오 리사이틀 ‘Duet for One’ 을 연다. 199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처음 만난 이후 14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두 사람이 한 무대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은 14세 때 빈 국립음대에 최연소 입학했던 김정원이 선화예고를 다니다 같은 학교로 유학 온 김지애의 적응을 도와주면서 가까워졌고, 10여년의 열애 끝에 2004년 결혼했다.
피아니스트 두 명이 한 집에 살면 어떨까. 김정원은 “공간이 부족해 불편하다”며 웃었다. 이들이 사는 빈의 집 거실에는 피아노 두 대가 나란히 놓여 있다. 함께 연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피아노는 활동이 많은 김정원이 차지할 때가 대부분이다. 2000년 쇼팽 콩쿠르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하고도 이례적으로 우승자 초청 연주에 서면서 화제를 모았던 김정원은 이후 빈 심포니, 독일 하노버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M.I.K 앙상블 활동, 세계적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와의 협연, 음반 출반 등으로 숨가쁘게 달려왔다. 김정원은 “나 때문에 아내가 연습 시간을 빼앗긴 셈”이라며 미안해 했다.
김지애에게 남편 점수를 매겨달라고 했더니 김정원이 “당연히 200점짜리 남편”이라며 말을 가로챈다. 김치를 담그고,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며, 가끔 피아노 연주와 함께 ‘사랑하기 때문에’를 불러준단다. 반면 김지애는, 이들의 표현을 빌자면,‘허술한 주부’다. 요리도, 청소도 꼼꼼한 성격의 김정원이 한 수 위다. 이번 연주회를 위해 지난달 28일 귀국할 때도 김정원이 가방을 쌌다.
그럼에도 김정원은 “결혼으로 득을 본 사람은 나”라고 말했다. “아내는 제 연주를 듣는 최초의 청중인 동시에 최고의 청중이에요. 연주를 앞두고 초조할 때마다 아내의 조언과 격려를 통해 힘과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지난 8월 서울뮤직페스티벌을 앞두고 연습시간이 짧았던 탓에 불안했던 김정원은 빈의 아내에게 국제전화를 건 뒤 전화 수화기를 피아노 위에 놓고 연주 연습을 했을 정도다.
이번 듀오 리사이틀은 김정원이 아내를 위해 마련한 선물이다. 재능이 많은데도 자신에게 밀려 활동이 뜸했던 아내의 새 출발에 힘을 보태주고 싶었다고 한다. 김지애는 최근 유럽에서 활동하는 3명의 여성 피아니스트와 함께 ‘뮤즈 드 피아노’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아내가 무대 위에서 많이 떠는 편인데 둘이 같이 올라가면 편안해 하지 않을까요?”
연주회 프로그램 구성은 김지애가 맡았고, 연주 방향은 김정원이 잡았다. ‘비엔나에서 온 편지-사랑을 담아서’라는 부제가 붙은 전반에는 한 대의 피아노에 부부가 나란히 앉아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요한 슈트라우스의 연탄곡을 선사하고, ‘회상-가을의 하모니’라는 제목의 후반은 아렌스키의 ‘2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라벨의 ‘라발스’ 등으로 꾸며진다.
김정원은 올해 말까지는 국내 활동에 집중한다. 대구와 광주, 마산에서의 독주회 외에도 나고야 필과의 협연, M.I.K 앙상블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로 국내 팬들을 만난다. 내년에는 해외활동이 빽빽하게 잡혀 있다. 오스트리아에서 미샤 마이스키와 협연하고, 뉴욕 카네기홀 리사이틀도 예정돼 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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