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하나 둘.”
1일 오후 서울대 체육관. 외국인 학생 100명이 5명씩 발목에 끈을 맨 채 ‘5인 6각’ 경기를 펼치고 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하나같이 한국말 구령에 발을 맞췄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지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체육대회를 가졌다. 외국인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첫 행사라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대회였다.
준비위원장 리사 위더(23ㆍ서울대 3)씨는 “한국 학생들이 들뜬 마음으로 고향에 가는 것을 보면서 외국인 학생들이 느끼는 허전함은 꽤 크다” 며 “서로 얼굴도 익히고 고향 이야기도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이라는 추석을 맞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표정은 가지각색이었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온 지 2개월밖에 안됐다는 수미(28ㆍ이화여대 대학원 1)씨는 “가족들 선물을 사러 가는 한국 친구를 따라 갔다 두 살 배기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밤새 울었다”며 “괜히 갔다 싶어 후회했다”고 말했다.
수미씨와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인도 친구 카비타(27ㆍ이대 대학원 1)씨는 “연휴 동안 가게도 문을 닫고 갈 곳도 별로 없다는데 큰 걱정”이라며 “이태원에 있는 가게에서 재료를 사다가 인도 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고 했다.
이들에 비하면 키니 츠노다(28ㆍ이대 대학원 1) 씨는 행복한 편이다. 추석 때 강원 원주시에 있는 한국 남자 친구집에 인사를 드리러 간다는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왜 그렇게 고생을 하면서 고향을 갈까’ 궁금했는데 이제 내 일이 됐다”며 “시부모님한테 잘 보여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수줍어했다.
제이슨 호웰(22ㆍ서울대 3)씨도 떨리기는 마찬가지. 대전에 있는 여자 친구 집에 간다는 그는 “나를 보기 위해 친척들 수십 명이 모인다는데 큰 일”이라며 “여자 친구가 어른들이 술 드시는 걸 좋아해 연습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서 4번째 추석을 맞는다는 얀 드릭스(26ㆍ고려대 박사과정)씨는 타향살이의 요령을 잘 알고 있단다. 그는 “도로가 붐비는 연휴 처음과 끝에는 집에서 외국 친구들과 영화를 보거나 박물관에 갈 계획”이라며 “중반에는 서울 근교 펜션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고 노하우를 털어 놓았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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