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받는 이웃이 활짝 웃는 모습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었습니다."
2일 제10회 노인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박말름(68ㆍ여ㆍ부산 서구 남부민동)씨에게 봉사활동은 일상생활 자체였다.
2005년 6월부터 매일 200여명씩 모두 2만3,000여명의 노인에게 무료식사 제공하기, 2002년 2월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 6명에게 목욕봉사 60회, 구포열차사고 및 태풍 '매미' 때 식사봉사 등 1988년 이후 적십자 봉사활동 1만5.000시간. 공적서에 나와 있는 공식적인 봉사활동만 해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이다.
박씨가 자원봉사활동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7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박씨가 살았던 부산 남부민동 일대에는 한국전쟁 피난민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많았다. 30대 초반의 새댁이었던 박씨는 자식들이 태어나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이웃을 돕는 즐거움에 흠뻑 젖어들게 됐다.
박씨는 "가족이나 친척도 없는 힘든 이웃 노인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해드리고 말동무를 해드리는 것이 큰 보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웃을 돕는 데는 돈도 들었다. 박씨는 틈틈이 빈병이나 파지 고철 등 고물을 수집하고 식용유도 팔면서 억척스럽게 돈을 모았다.
하지만 그를 보는 주위의 눈길은 따뜻하지만은 않았다. 당시는 봉사활동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때라 오해와 질시로 가슴앓이도 많이 했다. "봉사활동을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서면 이웃들이 '춤바람이 나 춤추러 간다'거나 '일수놀이에 맛들인 여자'라고 오해를 하기도 했고, '돈을 벌기 위해 봉사활동을 한다'는 질시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의 36년 봉사활동은 지난 9월 동료 자원봉사자들이 음식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할 수 있는 조그만 급식소를 하나 마련함으로써 큰 결실을 맺었다.
자신도 벌써 일흔 가까운 나이가 된 박씨는 이 급식소를 토대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박씨는 "자원봉사활동을 하느라 가정에 다소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는데도 잘 자라준 5남매와 뒤에서 묵묵히 도와준 남편이 고맙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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