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출근길에 택시를 타면 곤란할 때가 많다. 서울대로 가자고 하면 어느 과 교수냐고 묻고, 경제학부라고 답하면 언제 우리 경제가 예전처럼 좋아지냐는 질문을 받는다. 잘 모르겠다고 말씀드리면 서울대 교수가 저 지경이니 경제가 좋을 리 있냐는 표정을 쉽게 읽을 수 있다.
● 한국경제 언제 좋아지냐고?
사실 우리 경제가 예전처럼 7%를 넘는 고속성장을 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 소득수준이 상승해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여가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령화 추세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우리 경제의 적정 성장률은 4.5%에서 5% 정도로 추정된다.
그렇다 해도 참여정부 출범 이후 최근 3년간 연평균 3.6%에 지나지 않았던 경제성장률은 우려할 정도로 낮은 수준임에 틀림없다. 참여정부가 추구하는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재원을 마련해야 하므로 잠재성장률의 회복이 중요한 과제이다.
5%의 잠재성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가? 우리 경제도 이제 성숙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굴뚝산업에만 매달리지 말고 새로운 성장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성장산업이라고 하면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 등 용어만 들어도 현란한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머리에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조금만 발상을 전환해보면 우리 주변에는 평범하지만 이들 첨단산업에 비해 투자 위험도 적고 단기간에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 다수 존재한다.
다만 이들 산업이 국민간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철저히 규제되고 내팽개쳐져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육, 의료, 레저 산업이 좋은 예이다.
하향 평준화되어 있는 국내 중고등학교를 떠나 천문학적 교육비를 외국에 바치고 있는 기러기 아빠들이 한둘이 아니다. 양질의 교육에 대한 초과수요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다면 최근 어쩌다 설립 허가가 난 국제중학교의 입학 경쟁률이 50대 1을 넘었다는 사실만 보면 충분하다.
이런 학교 50개를 더 허가해줘 교육을 산업화한다면 기러기 아빠의 돈을 내수로 전환해 일자리도 창출하고 고급 인재도 양성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하기만 하다.
획일화된 의료 서비스를 피해 해외로 고급 의료 서비스를 찾아 나서는 고소득 환자들, 주말마다 공항을 가득 채우고 있는 해외 골프 여행객 등도 산업화를 기다리는 잠재수요의 또 다른 예다.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농사를 지을수록 손해만 본다고 푸념하는 농민이 다수이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논밭에 골프장을 지어 동남아로 떠나는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산 속에만 골프장을 허락하다 보니 환경은 환경대로 파괴되고 공사비만 올라가 부자들만 국내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있다.
● 교육ㆍ의료 등 초과수요 산업화해야
치약장사가 가장 좋은 사업이란 말이 있다. 생필품이기에 수요가 확보되어 있어 자고 나면 수입이 저절로 들어온다는 뜻일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와 같이 초과수요가 넘쳐나 산업화만 하면 곧 바로 성공할 사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을 산업화해 손쉽게 경제성장을 할 가능성은 내 버려둔 채 첨단산업의 육성에만 매달린다면 얼마나 우매한 발전전략인가?
언제 우리 경제가 예전처럼 활력을 되찾을지 물어보신 택시기사님들에게 답을 드리고 싶다. 그 질문은 제게 하지 마시고 위화감을 이유로, 경제논리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면서 잠재수요의 산업화를 막고 있는 전교조, 환경단체, 정치인들에게 물어보시라고.
이창용ㆍ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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